<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샘 윌슨이 4편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고백하는 장면을 잘 되짚어 보자. 그는 그저 인간일 뿐이다. 피부가 찢어진 자리에 피가 차오르고, 겉으로는 멀쩡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쉴 새 없이 부담감에 짓눌리는 ‘보통 사람’ 말이다. 문제는 영화 속에서 이 같은 한계를 인지하는 방식이 그의 ‘액션’이 아닌 그의 ‘대사’를 통해서만 성립된다는 점이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캡틴은 오히려 보통 사람을 압도하는 격투 실력과 신체 능력을 보여준다. 헐크와의 대결에서 얻은 부상은 부러진 팔뿐이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지점이라면 단순히 개연성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동시대 관객을 향한 샘 윌슨의 고백이 ‘기만’이라는 점을 짚어야 한다는 것. 즉 그가 말로 내뱉은 사항들이 실제로 그의 육체를 통해서는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자. 그렇다면 영웅으로서 책임감,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사명감을 두고 조사실에서 버키와 나눈 대화, 병실에서 호아킨과 나눈 진지한 대화 신은 모두 따지고 보면 관객을 완벽하게 기만하는 구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