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중심으로
우리는 7편과 8편에 이르러, 이렇게 쌓아온 믿음에 의지하는 헌트의 면모가 가장 확실히 발산될 뿐 아니라 동시에 절박하다는 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헌트와 그의 팀원들이 엔티티에 세상이 잠식되는 걸 막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보였는지 떠올려 보면 금방 납득이 갈 테다. 정말 놀랍게도 헌트는 AI의 수싸움에 당하지 않기 위해 디지털 통신과 교류를 원천 차단하는 방법을 고안해 낸다. 그 방법이 황당할 만큼 터무니 없다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그가 팀원들과 동선을 쪼개 일부러 분리되려고 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AI에게 잠식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그 대상과 다른 경로를 걸을지 고민 끝에 펼쳐낸 생각들이긴 할 테다. 그렇지만 헌트의 계획은 말로만 들었을 때 너무나 허무맹랑하다. 나만 완벽하게 단계별 과제를 수행해선 안 되고, 상대 역시 그에 맞춰 완벽한 타이밍에 요구치를 달성해야 하지 않나.
각본으로만 보면 분명 허술하기 짝이 없고, 우연에 기댄 게으른 전개라고 욕을 먹을 게 뻔하다. 실관람객들의 반응에서도 역시 그런 평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8편에 관한 혹평은 대개 이런 지점들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헌트는 그 무엇도 없이 단신으로 대통령을 설득하러 간 뒤, 항공모함을 빌려 세바스토폴호가 잠든 다이빙 포인트를 찾아내야 한다. 그 좌표는 저 멀리 떨어진 팀원들이 재래식 모스 부호로 송신해줘야 하며, 동료들이 제시간에 맞춰 모스 부호를 보낼 때 헌트의 잠수함 역시 그 신호를 정확히 캐치해야만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줄 수 있다. 무모한 계획을 실행하기 전, 헌트는 담담하게 팀원들 각자가 해야 할 일만 일러준 뒤 홀연히 떠난다. 서로가 서로의 계획이 성공하길 바라면서,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고 타이밍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니까 두 진영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잘못되면 세상은 엔티티에게 넘어가고 인류는 멸망하는 철제절명의 순간이지만, 헌트는 그저 믿음에 기대 세상을 그 가능성에 거는 도박에 몸을 맡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헌트에게 이건 도박이 전혀 아니다. 그보다는 절박한 생존의 아우성이다. 반복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는 없기 때문에 이런 경로를 택하게 된 것뿐이다. 그러니 관객 입장에서 각본의 전개가 과도한 우연의 일치가 엮이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이런 서사 구조가 단순히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헌트의 믿음이 만들어내는 산물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데 대한 방증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액션에 방점이 찍히는 게 아니라, 그 액션이 배치된 경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말과 같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