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렉 베어의 단편소설집 <탄젠트>
이 단편집의 소설들은 때로 논리적이고, 때로 몽환적이고, 때로 묘사적인 문장들로 위험하거나 기이하거나 비천하거나 아름답거나 불가해한 존재들과 맞닥뜨린 인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번번이 묻는다.
낯선 존재와 접촉한 그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수학 또는 과학의 개념에서 발아한 상상이 소설로 반물질이 되었나 싶은 순간 윤리의 지대를 선회하다 가느다란 비행운을 남긴 채 사라진다.
완결되지 않는 이야기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해석들.
그렉 베어의 소설과 접촉한 후 문득, 세계의 낯섦을 깨닫는다.
고대인들이 세계를 이해하여 삶을 진정시키거나 세계를 설명하여 무리 지어 사는 데 신화가 필요했다면, 현대인들은 호기심을 해소하고 세계를 이용하고 부를 축적하는 데 과학이 필요했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 필요했다는 공통점이 있긴 해도 신화는 픽션이고 과학은 팩트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인식의 틀에 균열이 생긴다.
과학도 신화만큼이나 ‘불투명한 세계’를 배회하는 인간의 사고 체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그 균열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하여 모서리가 서로 맞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끝내 수습되지 않을 생각의 파편들로 불편하다. 불편해. 불편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