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 레스토랑 운영하는 젊은 사람 이야기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의례 "무슨 일 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 다들 흔히 '직장인이에요.' 라던가, '변호사입니다'(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음) '작가입니다'(역시 만나본 적 없음)라는 이야기를 한다. 뭐,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이다. 30대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느 일이든 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아직까지도 나는 고민하게 된다,
나는 뭐하는 사람이더라....
표면적으로 나는 한정식집에서 일한다. 정확히는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하는 일은 '없지만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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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요리를 한다'
홀에서 서빙하는 사람이라면 '서빙을 한다'.
나는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고, 카페도 같이 있어서 커피도 만든다. 그리고 청소도 하고, 카운터를 지키고 있으니 영업용 미소도 장착해야 하고, 가끔 알바나 직원들이 일이 생겨서 못 나오면 땜빵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상 누구보다 늦게 출근하고 빨리 퇴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고, 누가 안 나올지 몰라서, 24시간 대기하는 대기조이기도 하다.
새로운 메뉴가 뭐가 좋을지 계절별로 고민하고, 가끔 케이터링 주문이 들어오면 메뉴 기획하고 트렌드 서치하고, 안전한 배달(ㅋㅋ)을 위한 최적의 동선과 라이더도 고려한다.
말일에는 거래처에 각종 대금을 결제하고, 월급을 정산하고, 각종 공과금과 세금을 납부하기도 한다.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예약을 정리하고, 식자재 재료 점검하고, 오늘의 메뉴 체크하고, 영업하고,
점심시간이 끝나면 저녁 영업 준비하고, 식자재 재료 발주하고, 요즘 트렌드는 무엇인지, 오늘의 손님들 반응은 어땠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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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든 일을 다 하지만 사실은 나는 무슨 일을 해요 라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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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내가 가장 관심있는 일은, (나도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음)
요리 기획이다.
체력이 안 되어서 주방을 지키는 일은 감히 생각도 못 하지만,
계절별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신메뉴 구상 및 개발, 기획 일에 내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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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 길어져서 그렇지(물론 이 말이 내 본심이기도 하다),
TMI를 싫어하는 요즘 세태를 고려해서
그냥 '음식점 운영해요' 라던가 '카페에서 일합니다' 라고 말할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