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영업자의 장녀
나는 30대에 접어들었고 미혼이며 무엇보다 장녀이다.
장녀라는 타이틀이 대한민국에서 주는 무게가 상당하다. 먼저 왜 장녀가 (영광스럽지 못한) 타이틀이 되는지에 대해서 내 소개를 해야겠다.
우리 집은 한부모 가족이다. 그리고 나의 엄마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온지 언 15년이 다 되어간다. 이는 즉, 우리 가게도 문을 연 지 15년이 다 되어간다는 뜻이다.
모든 영세 자영업자가 그렇듯, 인건비 부담이 상당해서 엄마는 직원 한 명을 두고 있는 사장인 동시에 전화도 받고 손님 응대도 하고 영업도 해야 하고 메뉴 개발도 하며 청소도 하는 제일 말단 직원이다.
그리고 이는 곧, 가끔씩 바빠지면 여지없이 내가 호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 식당에서 엄마 다음으로 오래된 (월급 없는) 15년차 직원이다. 못 믿겠지만 정말이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바빠지면 종종 가게에서 일했다.
너무 어렸을 땐 이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이게 내가 사는 세상이었다.
나쁘다 좋다를 말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고 그냥 내가 장녀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음식점에서 15년을 종종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또 쉬니?”
내가 회사에 들어가서 주5일 근무를 하게 되고 연차를 사용하고,
유급 여름 휴가를 가는 게 엄마가 보기에는 매우 태평한 일이었다.
빨간 글씨 날이면 출근하지 않는 나에게 ‘또 쉬어?’라고 묻는 엄마를 보고서 엄마는 쉬는 날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 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말로 들으니까 현실이 되었달까.
아, 그랬구나. 엄마는 정말 365일을 쉬지 않는구나.
회사원의 입장에서 보면 8시간 근무(물론 지켜지지 않지만)도 너무 힘들고,
주5일도 벅찬데 어떻게 365일을 일할까? 싶은데 막상 살다 보면 그냥 그렇게 되는 거였다.
오히려 어떤 목적 의식같은 게 없이,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내다보면 되는 걸, 엄마를 보면서 느꼈다.
사람인 이상 왜 안 힘들겠나.
하지만 365일 일하게 만든 원동력은 아마도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책임감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학교 다닐 때, 나는 아침 8시까지 등교해야 하는데 엄마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나도 꼭 8시 넘어서까지 자는 어른이 되겠어!’라고 굳게 다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365일 일하니까, 하루 16시간을 일하니까 8시 넘어서까지 잘 수 밖에 없는 건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