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대학생
엄마가 올해부터 방송통신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뜻하는 바가 있어서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
엄마 말로는 30년 만에 잡는 연필이라고… 이때부터 내가 감이 왔었어야 하는데. 아이고.
왜 내가 앓는 소리를 하냐면, 엄마가 학교 다니는데 내가 필통부터 시험 일정, 시험 범위까지 다 챙기고 있어서 그런다. 어떻게 이걸 최소 5년이나 하지? (4년제이긴 한데 4년 안에 졸업은 어려울 거 같다. 확실함.)
#졸업이어렵다는방통대
#같이다니고있는느낌적인느낌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는 사람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듣기는 했지만, 가까운 지인이 다닌 적은 없어서 나도 방통대의 시스템이 굉장히 낯설었다. 보통 대학교처럼 수강 신청하고, 중간고사 보고, 기말고사 보고, 전공과목과 교양 과목 듣고 그런 식인 줄 알았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우선 방통대는 국립대로, 인터넷 강의를 주로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출석 수업이 있고, 과제와 기말 고사도 반드시 봐야 하는 곳으로 졸업이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방통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방통대는 출석 수업 같은 일부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온라인 수업으로 수강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느 시기에 뭐 하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자기가 알아서 ‘때 되면’ 공지 확인하고, 시험 일정과 범위 확인하고, 시험 성적 확인해야 하고, 수강 신청하고 다음 학기 교재 신청해야 하는 식이었다.
우리 엄마는 컴퓨터 모니터가 핸드폰처럼 터치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거기다가 1년이 다 돼가도록 로그인하는 법을 못 외우셨다.
그래서 내가 핸드폰 바탕화면에 방통대 강의 바로가기를 만들어놓았다. 자동 로그인이 이따금 풀리는데, 그럴 때마다 나에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묻는다. 분명히 엄마가 제일 외우기 편하게 만들어 드렸는데….
하이고. 이런 건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귀찮은 마음보다 내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어떡하려고 이러시나- 이 생각이 먼저 든다.
#모녀의방통대라이프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고 하면 바로 예상할 수 있듯, 과제도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타자 치는 법을 엄마에게 알려드릴 바에야 내가 타자 치는 게 훨씬 빠르다.
우리 모녀의 방통대 생활은 이렇다.
1) 과제(및 시험 범위 및 시험 일정 및 성적 및 수강신청 등등등)가 발표되면, 내가 엄마한테 언제까지 이러이러한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해달라고 읍소드린다.
2) 엄마가 ‘하고 싶어 지면’(주로 이때는 제출일 하루 전날이다.) 종이에 리포트를 자필로 쓴다.
3) 내가 그 종이를 받아서 갈겨쓴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지만 엄마의 상황과 자주 쓰는 말을 떠올리며 해독하면서 타자를 친다.
(하고싶은 말) 4)내가 학교 다니는 학생이었을 때는, 엄마가 나보고 항상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흠. 아무래도 나는 비서까지 겸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