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미혼 장녀입니다만… #2

by 세레나

#모녀는텔레파시가통한다


예전에 숫자점을 본 적이 있는데 엄마와 나는 소울메이트 관계라고 나왔다. 꽤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말하지 않아도 텔레파시가 통한다거나, 엄마의 기분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져온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예를 들어서, 엄마의 기분이 안 좋거나 예민하면 나까지 덩달아 예민해지곤 한다.


내가 어릴 때는 더 심했다.

지나가는 낙엽에 웃기는커녕 눈물부터 뚝뚝 떨어졌던, 소심하고 감성적이었던 나는 엄마가 화가 나있으면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하루종일 들썩였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늘 아래 있었다고 할까?

아무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작용이 우리 사이에 있어서 기분을 동시에 컨트롤한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마치 손으로 조종하는 마리오네트처럼.


casey-horner-487085-unsplash.jpg



'아직도 안 했어?'


어느 정도 자아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지금도, 사실 그렇다.

그런데 지금은 무작정 예민해지고 흔들리기 보다는 흔들리지 않으려는 자아와 싸우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엄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줌마로서 사회에서 겪은 어떤 일이 있으면 1부터 10까지 전부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지시한다.

누군가에게 전화로 일정을 알린다거나, 음식점에 필요한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한다던가 하는 일이다.

두다다다다-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주문 사항을 듣고 있으면 나도 좀 헷갈린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핸드폰에 적어놓으면, 또 그새를 못 참고 두다다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도 듣고 있고 메모도 하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너 왜 아직도 안 해?’라고 한다.

그러면 예전에는, 빨리 못하는 내가 좀 뒤떨어진 건가? 싶어서 주눅든 적도 정말 많지만 이제 나는 안다.


사람이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고 우리 엄마가 성격이 좀 많이 급하다는걸.


clement-m-429812-unsplash.jpg


이런 적도 있다.


엄마랑 이모들을 만나서 함께 밥 먹기로 한 날.

이모들이 전부 늦게 와서 30도가 넘는 더위에 길바닥에서 30분을 버린 적이 있다.


나는 사실, 뭐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냥 4 명의 사람들에게 3번씩, 도합 12번의 전화를 걸어야 했다는 게 좀 귀찮았지만.

그런데 엄마는 그게 무척 짜증이 났던 것 같다. 그래서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고, 그런 엄마와 함께 있으니 나 또한 갑자기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때부터, 엄마가 거슬려하는 모든 게 나에게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공사장 소음, 시끄러운 음악 소리, 탁한 공기, 이렇게 어찌할 수도 없는 것들이 거슬리니 이거 참,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건 한 공간에서 사는 가족이라서 정신적인 면에서 기인한 걸까? 아니면 정말 핏줄로 이어져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