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도와 내비게이션은 필요하다.
친절한 가이드도 필요하다.
타고 갈 차도 필요하다.
하지만,
쓸만한 내비게이션 살 돈이 아까워 남에게 대충 물어 가니 너무 돌고 돌아 지치고,
친절한 가이드를 고용할 돈이 아까워 내가 직접 찾아보고 연락하고 약속잡으니 시간이 많이 들고,
타고 갈 차 살 돈이 아까워 대중교통 이용하려다 보니 환승하려 걷고 뛰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리하여 마음을 고쳐 먹고,
내비게이션 살 돈은 없으니 스마트폰 완충해서 내비앱 깔아 준비하고,
가이드 고용할 돈은 없으니 가족이든 친구든 지인이든 동행하자고 설득해보고,
타고 갈 차 살 돈은 없으니 카쉐어링으로 빌려서 라도 타고 가자.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망설이게 된다.
걱정을 하면 그것이 점점 불어나 말라비틀어진 미역줄기를 물에 불린 듯
어느새 화산 폭발하듯 작은 양푼 그릇을 한참 넘어 싱크대 안을 가득 채울지도 모르겠다.
망설임은 기회 비용이라는 이자를 낸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아쉬운 감정, 후회의 감정이 생긴다.
망설임은 부채가 확실하다. 그렇다면 용기와 확신은 어떨까?
용기와 확신을 가지면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피드백을 얻는다. 얻는 게 있으니 용기와 확신은 자산이다.
자산은 나의 것이고 가치가 올라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부채는 빌린 것이고 이자가 올라가면 슬퍼지는 것이다.
부채보다는 자산이 낫다. 망설임 보다는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 낫다.
오랜 기간 살아보지 않았으나 이제 나의 잠정적 수명의 반 정도는 살아온 듯 하다.
나는 대자연에 속한 존재이고 대자연을 보고 있노라면 크든 작든 비슷비슷한 것이 눈에 들어 온다.
이것은 마치 예전에 유행했던 카오스 이론의 프랙탈 무늬 같다.
계속 하던대로 하면 반복될 것이다. 계속 망설이고 부채가 쌓인다. 기회를 놓치는 게 아까워 속이 상한다.
이제는 속상하게 이자를 내지 말고 자산 가치를 높이자. 글을 쓰고 상대를 설득하고 생산수단을 만들자.
지금도 누군가는 스마트폰 챙겨 마음 맞는 친구를 설득해서 차를 빌려 타고 넓은 바다를 향해 새벽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