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웨딩의 꿈이 있었다. 양가 부모님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가까운 사람들이랑 도란도란 사랑을 소통하는 자리가 결혼식이었면 했다. 그런데 남들과 똑같이, 예식장을 잡고 패키지를 신청했다.
이렇게 되었으니 내 마음대로 못 할 것, 저렴하게라도 하면 좋겠지만, 결국 하객을 위해 주차장 넓은 곳, 하객을 위해 음식 맛이 더 나은 곳, 하객을 위해 위치가 더 가까운 곳을 찾아야 했다. 물론 우리의 하객보다 부모님들의 하객을 위함이다. 그런데 어쩌랴. 결혼식은 나 혼자 치르는 게 아니니 개인의 로망만 실현할 수는 없는 것을 받아들여야지. 나는 결혼식에 와주시는 하객 대접을 우선 하기로 했다.
그런데 부모님 때문에, 하객들 때문에, 스몰웨딩을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롯이 나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스몰웨딩을 저렴하고 실속 있으며 쉽고 예쁜 것이라고 망상한 것은 역시 착각이었다. 스몰웨딩은 전혀 저렴하지 않으며 전혀 쉽지 않고, 준비한 딱 그만큼 예쁜 것이다. 예쁘기 위한 준비로는 돈을 쓰면서 시간과 노력을 아주 많이 써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예쁠지 장담할 수도 없다.
‘작은 결혼식’이라는 홈페이지가 있다. 일찍부터 관심 있어 가입해두던 곳이다. 지역마다 거의 무료로 식장을 대여해주는 시청이나 연수원 대강당, 야외시설을 알려준다.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던 서양의 야외 결혼식을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식 날 소나기가 내려도 즐거웠던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그런데 작은 결혼식의 신청을 위해서는 사연을 써야 한다. ...................................... 귀찮다. 또 꽃장식이며 뷔페며 음향시설 등 여러 가지 비용이 별도로 발생한다. '어바웃 타임'에서도 내가 하객 시점이 되면 비 맞고 눅눅하고 짜증 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비 맞는 음향기기 어떻게 할 것이며, 하객에게 선물하려고 했던 장식 생화들은 어떻게 할 것이고, 당일 드레스 입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며 다닐 수도 없다.
나는 내가 악조건 속에서도 내가 만드는 스몰웨딩을 위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인 줄 알았다. 남과 같은 것이 싫고 유니크함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가지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런 생각 속의 나와 귀찮아하는 실제의 내가 대립했다.
생각 속의 자신과 실제의 자신이 다를 때, 불편하다. 이 갭은 자신감도 자존감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실제를 생각에 맞추든지, 생각을 실제에 맞추면 된다. 정답은 없다. 실제를 생각에게 맞추면 발전하고, 생각을 실제에게 맞추면 평화롭다.
결혼식장 섭외 건의 경우, 나는 남과 같은 뻔한 결혼식 패키지를 신청하고, 이 뻔한 것을 편해하기로, 이번에는 평화롭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