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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이끄는 훌륭한 리더

Chapter 1. 몸담았던 기업들로부터 배운 것

by Steve Kim


“좋은 솔루션은 흔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가 회고 시간마다 팀에게 물은 것도 늘 이것이었다.

“우리가 지금 해결한 건, 진짜 문제였을까?”

그는 결정을 대신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결정을 유예했다.

그는 팀원들이 자신의 판단을 따르기를 바라지 않았다.

대신, 문제를 같이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가 자주 쓰던 한 마디가 기억난다.

“우리 중 누구도 완벽한 답은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같은 문제’를 보고 있다면,

그 방향은 틀리지 않을 거예요.”

그는 제품 관리자를 넘어 팀의 정렬자(alignment facilitator)였다.

항상 설명보다 관찰을 중시했다. 사용자 데이터는 그의 주된 무기였지만, 그는 숫자보다 행동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항상 직접 사용자 인터뷰를 주도했고, 화면 녹화 도구나 영상 촬영 자료로 사용자의 행동을 끝없이 되짚었다. 그리고 발견된 인사이트를 팀 전체와 공유하며 누구도 “감”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물론 이를 보며 정량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보다는 사용자 의견에 치중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적절한 근거가 데이터가 부족할 때 단순히 말로 설득하는 것이 아닌, 보다 확실한 사용자의 목소리를 증거로 팀을 움직였다.

그리고 언제나 한발 뒤에 서 있었다.

팀에 성과가 나면, 그는 “팀이 잘했다”라고 말했다.

무언가 잘못되면, 그는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칭찬받는 것을 즐기지 않았고, 조직에서 인정받기보다 팀이 진짜 필요할 때 나섰다. 그리고 그 팀을 조직에서 믿을 수 있는 팀으로 만들기를 가장 원했다.

팀이 결코 방향을 잃지 않도록 뒤에서 조용히 조율했다.

그와 함께 일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도 나는 팀에서 비슷한 리더를 만나면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문제를 무엇이든 빠르게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람을 움직이기보다, 문제에 공감시키려 한다.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제품에는 늘 그들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훌륭한 제품은 훌륭한 팀이 만들고, 훌륭한 팀은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에 몰입할 수 있게 이끄는 리더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큰 목소리보다 관찰을 중시하며, 권위보다 질문을 던진다. 언제나 제품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사람보다 문제를 더 깊이 본다.

‘제품을 잘 만든다’는 것은 기능을 빠르게 완성하는 게 아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팀을 정렬시키는 것.

그것이 진짜 ‘제품을 이끄는 리더’가 하는 일이다.

Product Owner는 리더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PO는 그저 묵묵히 챙기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안하지만 다소 겸손한 자세라고 말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많은 구성원이 PO를 바라보고 일한다.

PO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애석하게도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은 그 결정을 함께할 사람들의 방향 까지도 같이 리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겸손은 기본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경이 없다면 겉으로 드러내는 가짜 겸손은

금세 탄로 나기 마련이다.

내가 가장 잘났다면 협업할 수 없다.

그러니 공감을 만들어낼 수 없다.

답은 그 마음속에 스스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답이 정해진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어렵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잘 내지 않는다. 그리고 애매한 태도로 지시하고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결과를 만나면 강한 비판을 한다. 그러니 사람이 먼저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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