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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Ssam Aug 06. 2019

문과와 이과의 차이

2019년 1월 24일 글쓰기의 잔기술

 먼저 밝혀둡니다. 저는 이과 출신입니다. 끔찍하지만 요즘도 수능시험을 다시 치는 꿈을 꿉니다. 그러면 언어영역, 외국어영역은 나름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그런 데 수리영역은 반도 못 풀고 맙니다. 수학은 솔직히 한 문제도 풀 자신이 없습니다. 근의 공식은 기억에서 멀어진 지 오래고, 초등학교 때 배웠을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설명을 들어야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과 출신입니다.


 분명 저는 적성검사에서 이과였고 학교 시험에서도 수학을 잘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제 이과 적성이 이제는 문과 적성으로 바뀌어 버린 걸까.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를 나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문과와 이과가 타고난 뇌가 다르기 때문일까. 그러다 보니 교육학자는 아니지만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뇌과학으로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근거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국제 학술논문에서 문과와 이과에 대한 의학적 차이를 검색해보려 합니다. 그런 데 문과, 이과가 영어 단어로 뭔지 언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문과는 “liberal arts”, 이과는 “natural sciences”...... 뭔가 어색합니다. 문과, 이과는 마치 오른쪽, 왼쪽처럼 상반된 느낌을 주는데, 영어 단어는 짜장면, 짬뽕의 차이 정도로 느껴집니다. 과연 이런 구분이 서양에도 있는 걸까 고민이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서양에서는 문과, 이과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나라는 일본과, 일본 교육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중국, 대만 정도라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관련된 논문을 찾아냈습니다. Takeuchi 연구진이 2015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1)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인입니다.) 논문은 491명의 대학생에서 촬영한 뇌 MRI영상을 분석했고 문과와 이과 학생 사이에 특정 뇌 부위에서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과 학생에서는 내측 전전두피질 주위의 회백질이, 문과 학생에서는 우측 해마 주위의 백질이 상대 학생에 비해 유의하게 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과 학생들의 뇌구조 중 특징적인 부분이 자폐증 환자의 뇌구조 특징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즉 이과 학생들이 수학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복합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려는 이유가 뇌 구조적으로 자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문과 출신 입장에서야 입꼬리가 올라가겠으나 이과 출신 입장에서는 황당합니다.


 과거 한 때 뇌 과학에서 남녀 성별에 따른 뇌의 구조적 차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남성의 뇌는 선천적으로 논리와 체계를 잘 파악해 과학이나 공학에 적합하고 여성의 뇌는 공감과 감정표현을 잘해서 문학이나 예술에 적합하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이런 주장을 했다가는 자폐 수준을 넘어 “또라이” 과학자 취급을 당할 일입니다. 현대 과학은 남성, 여성에서 일부 통계적으로 나타나는 직업이나 성향의 차이를 선척적인 뇌 구조의 차이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후천적으로 성장과정에서 경험하는 양육, 문화, 교육 등에 따른 차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문과, 이과에 대한 적성에서도 동일합니다.


 우리 뇌는 반복해서 꾸준히 사용하는 영역이 다른 영역보다 더 발달합니다. 이런 특성은 어린아이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지속됩니다. 결국 문과, 이과에 대한 논란은 태생적 차이라기보다 성장과정에서 어느 영역의 뇌를 주로 사용했느냐에 따른  차이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 뇌과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 이과를 구분하기보다 양쪽 영역에 대한 균형적인 교육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엉뚱하게 특정 영역에 천착하려는 자폐적인 성향이 이과 출신에게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마냥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수능시험을 보는 꿈을 꾸고 나면 다음 휴가 때 “수학의 정석”을 한번 펼쳐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과 출신입니다.


1) Hikaru Takeuchi et al. Brain structures in the sciences and humanities. Brain Structure and Function, 2015, 220.6: 3295-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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