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Ssam Jan 24. 2023

나날이 발전해 가는 암치료

지나가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저는 피 보는 게 무서워서, 정확히는 몸이 아픈 사람을 대한 게 두려워서 도망치듯 정신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난 이후 정신과 수련과정에서는 내과적 의학지식과 일정 부분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해도 암 치료에 대한 경험은 의과대학 수준에 머물러 있었죠. 그리고 그렇게 정신과 의사를 해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정신의학이 지금도 일부는 그렇지만, 과거에는 통상적인 내과 외과 환경과는 동떨어져서 마치 별나라 세계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었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정신의학도 전반적인 의료와 연계해서 통합의료가 중요합니다. 정신종양학도 대표적인 경우죠.


여러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저는 정신과 의사이면서 암 환자도 진료하는 정신과 의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신종양학 영역으로 들어오면서는 예전 의과대학 시절에 멈추어 있는 암에 대한 의학적 공부도 다시금 해야 했지요. 처음에는 '뭐 그렇게 달라질 게 있을까'하고 복습차원에 일부 최신 지식만 추가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정신의학 영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지만 암 영역에서의 의료 상황은 제가 의과대학을 때 배웠던 수준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달라져 있었습니다.  


로봇 수술등 외과적 영역에서도 암 치료는 많은 발전을 이루어 냈지만, 특히 항암화학요법 영역에서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호르몬 치료 등 종양내과 영역에서의 암 치료는 획기적으로 발전했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양성자 치료를 포함한 방사선 치료 역시 꿈의 치료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입니다. 또한 과거에는 새로운 암 치료가 일정한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치료 효과를 높이는 식이었는데, 최근의 여러 새로운 암 치료는 치료효과도 좋지만 무엇보다 치료를 통한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이전보다 덜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치료방법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과거에는 전이가 된 진행암에서 나이가 많거나 체력이 약할 때 치료가 부담스러웠다면, 최근에는 치료로 인한 신체적 부담이 줄어들어 이런 진행암에서도 가능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어떤 치료가 가능하냐에 따라 암으로 인한 예후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특히 악성흑생족과 폐암은 예후에서 큰 변화가 생긴 암종입니다. 악성흑색종은 우리나라보다는 서양에서 더 생기는 암종이지만 발생하면 예후가 극히 나쁜 암종이었습니다. 전이가 된 경우에는 생존기간이 6-9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악성 암종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면역항암제의 발전으로 인해서 전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5년 이상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죠.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해서 공격하게끔 유도하는 약물입니다.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항암치료에 비해서는 부작용이 덜하죠.


폐암의 경우에는 다른 암종보다 초기 진단 기술이 발전하고 표적항암치료가 많이 개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폐암이라고 하면 치료가 어렵다고 했지만, 지금은 조기검진으로 인해 발생률도 위암을 제치고 갑상선암 다음 2위로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조기발견으로 초기 단계에서 암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전이 등 진행이 된 폐암이라고 하더라도 표적항암치료 등으로 유전 조건만 맞는다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폐암의 최근 5년 상대생존율은 36.8%로 낮은 편이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16.6%나 높아지면서 상황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변화는 이전에는 난치라고 생각했던 다른 암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암은 개인에 따라 다 상황이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암이 지나가는 트라우마 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트라우마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방적인 희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암을 치료하는 상황은 분명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암을 계속 몸에 가진 채, 표적치료든, 면역치료든, 새로운 항암치료를 지속하면서 나의 삶을 지속해서 살아가는 암 경험자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과거라면 일상생활은 불가한 채로 병원에서만 지냈어야 한다면, 지금은 암 치료를 하면서도 일상에서 개인적인 생활과 사회적인 역할을 하면서 지내기도 합니다. 현대 의학이 암을 정복한 건 아니지만 암을 관리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암이 설령 진행되었거나 재발되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암이라는 상황을 여전히 견뎌내며 살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대의학은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6086832?sid=102


https://www.cancer.go.kr/lay1/S1T648C650/contents.do


매거진의 이전글 난 이미 틀렸어. 그냥 포기하게 해 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