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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rulean blue Mar 16. 2021

너의 사회생활을 응원해

-유치원 적응기

19년 여름,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아이를 퇴소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 날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이후로 무려 1년 하고도 8개월을 아이는 다시 기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겨울이 되고 다시 봄이 되는 동안에도 아이는 여전히 퇴소한 어린이집과 선생님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이야기하며 울먹거렸다. 그것이 온전한 진심이었든, 엄마의 관심을 조금 더 유발하려고 엄마 품 안에서 안전하게 있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든 그건 상관없었다. 나는 내 아이를 그곳으로 들여보냈고, 빨리 꺼내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허우적거리는 유리 멘털을 가진 엄마였고, 내 아이는 나를 필요로 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은 너무나 분명했다.


나는 원 없이 아이를 안아주었고 아이와 놀았고 모든 일상을 아이 위주로 바꾸었다. 아이가 먹는 시간에 먹고 노는 시간에 같이 놀았고 자는 시간에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가 그 안에서 마음껏 목소리를 높여 뛰어놀기 시작했을 때 퇴소한 지 정확히 일 년이 지난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아이는 심심하다, 어서 언니가 되어서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투정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였다. 


11월, 집 근처 한 병설 유치원에 서류를 넣었고, 6세 반은 자리가 많지 않았을 텐데 보란 듯이 뽑혔다. 그리고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많아진 마음으로 남은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3월 4일 - 여전히 코로나는 우리 곁에 있어서 예쁜 아이들의 얼굴을 전부 마스크로 가린 상태로, 학부모들은 유치원 입학식을 보지도 못하고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다 30분 만에 아이들을 픽업해서 집으로 가야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입학식이었지만-  입학을 했다. 


어린이집을 안 다녀본 아이도 아니건만, 가방을 메고 처음 만난 친구에게 "우리 같이 들어갈래? 넌 이름이 뭐야?"라고 말을 건네고 그 친구의 손을 잡고 유치원 복도를 걸어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목구멍이 꽉 조여 오고 눈 앞이 흐릿해지면서 지난 1년 8개월간의 미안함이 조금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이집과 다르게 낯선 공간에서 낮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는 점, 어린이집에 다닐 때보다 엄마가 더 일찍 데리러 온다는 점이 마음에 들고 넓은 운동장과 그 안에 놀이터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새로 사귄 친구의 이름을 나열하며 그 아이들과 사총사가 돼서 놀기로 했다는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말을 들으며 감사했고 잘 견뎌주고 이겨내 준 아이가 고마웠다. 


그 사이에 부쩍 자란 키와 늘어난 몸무게가 움직임을 빠르게 해 주고 자신감 있는 움직임이 가능하게 해 주었고 매일같이 아이를 놀이터로 데리고 나가 어색하고 어렵지만 처음 만난 친구들 사이에서도 끼어 놀 수 있게 해 준 것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겨우 2주 남짓 등원했지만... 적응이 다 될 무렵이면 한 달 반이라는 방학기간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의 경험으로 너도 나도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배려하고 배려받고 알아가고 다투고 화해하고 그렇게 커가면서 앞으로 나가.

엄마는 이제 네 옆에서 한 발 물러나서 네 뒤에 서 있을게.


너의 사회생활을 응원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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