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rulean blue Mar 30. 2021

아이가 아프면 엄마의 시간은 멈춘다

일 년 반 만의 감기

요 며칠, 밤마다 아이가 잠을 설쳤다. 코가 막힌다고 자다 일어나 앉기를 여러 번, 코를 풀어도 나오지 않으니 짜증을 내고, 어떤 날은 잠결에 코를 후비다가 코피를 흘려서 깨는 날도 있었더랬다. 가습기를 틀어주려고 보면 이미 방의 습도는 60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일교차가 심해지니 비염이 좀 심해지나 보다, 주말이 지나면 월요일에 유치원 다녀와서 다니던 소아과를 다녀와야겠다, 생각한 것이 일요일 오전이었다. 


일요일 저녁에 잘 준비를 하며 거실에 장난감을 정리하고 있는데 '에엣취!!!'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심상치 않았다. 맑은 콧물이 입술까지 쫘악 내려와 있었는데 직감적으로 감기가 왔구나, 하고 알았다. 열을 재보니 37.6도. 분명 밤사이에 38도를 넘길 터였다. 아이의 감기는 항상 코막힘-재채기와 콧물- 맑은 코에서 누런 코로 변함-기침의 순서로 진행되었고 보통 첫 이틀은 내내 열에 시달렸었다. 


코로나 때문에 열이 있으면 병원 진료도 보지 못하고 입구 컷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었고, 연초에 내가 아팠을 때도 그랬었으니 섣불리 병원을 갈 수도 없었다. 늘 아프던 순서대로 아프니 늘 가던 소아과에 가서 늘 받던 약을 받아먹으면 콧물은 3일이면 잡힐 텐데. 어쩔 도리가 없으니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이고 이마에 쿨시트를 붙여주고 밤새 자다 깨다 하며 열을 재고 기록하며 아침을 맞았다. 아이의 콧속에서 콧물이 그렁그렁 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아침에는 내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유치원에 전화를 하고, 39도 가까이 열이 오르면서 온 몸이 아프다고 우는 아이의 몸을 살살 주물러주며 해열제가 빨리 듣기를 바랐다. 해열제가 듣기 시작해서 열이 좀 내리면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잘 놀고 웃고 장난쳤지만 금세 지쳐서 품에 안겨들었고 안 자던 낮잠까지 잤다. 온종일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해열제를 하루 허용치를 전부 다 먹이고나니 저녁 시간. 남편에게 퇴근길에 다른 종류의 해열제와 어린이용 코감기약이 있으면 사다 달라 부탁했다. 퇴근한 남편은 온종일 아이 돌보느라 진이 빠져 보이는 아내가 안쓰러워 그랬던 것인지-그렇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았다면 매우 철이 없는 것일 테니- 뒤에서 자꾸 끌어안고 서성이고 그랬는데 지쳐있던 나한테는 당연히 반갑지 않은 태도였다. 그럴 시간에 아이의 장단을 조금 더 맞춰주거나 아니면 어질러진 집안을 좀 치워주었으면 좋으련만. 결국 남편은 삐친 채로 잘 자라는 인사도 안 하고 자러 들어갔다. 아이를 재우면서 메시지를 보내 화를 풀어줄까 아님 당신 눈에는 지금 내가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상태로 보이느냐 정신 차려라 쏘아붙여볼까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고, 새벽에 아이 뒤척거림에 잠이 깨서 다시 열을 쟀을 때는 이미 새벽 한 시였다. 


아침에는 눈 뜬 아이의 얼굴만 봐도 어제보다 나은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정확히 반비례로 나는 목이 따갑고 코가 막히고 머리가 띵-한 상태이다. 이틀간 나의 일은 멈춤 상태이다. 수업 준비도, 토익 공부도, 집안일도 모두. 열이 내린다 해도 코로나 시국에 재채기하며 콧물을 흘리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아이가 불필요하게 눈치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땀을 흘리는 아이는 사랑스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