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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 Dec 17. 2022

엘에이에서 한달을 살아볼까

엘에이에 도착하다.

엘에이에서 한달 살기. 1.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후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을 졸업한 딸아이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겠다고 선언했다. 비자문제부터 취업, 인간 관계, 견뎌야하는 외로움등을 감수하고도 젊으니까 도전 하겠다는데 말릴 수가 없다. 그저 박수치고 응원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한달간 아이와 함께 엘에이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그 첫날이다.



겨울에는 비행기가 빨리 날아가는건지 10시간만에 엘에이 공항에 도착했다. 옆 자리 두 개가 다 비어 있어 비행은 편안했지만 잠들지 못하고 비행 6시간 이후 제법 심한 터뷸런스를 겪었다. 항상 6시간이나 7시간 지점에서 터뷸런스가 심하다.


입국 서류가 없어졌다. 생각보다 공항도 한산했고 입국소  질문도 딱 두 가지였다. 뭐하러 왔니. 얼마나 있을거니. 빛의 속도로 출국장으로 나와서 마침 도착한 혜리와 B6기둥에서 만났다. 와!!엄마다!! 이런다. 산타 모니카 어쓰카페로 가서 뜨거운 차 한 잔 하고 제법 괜찮은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 그동안 샐러드나 간단 식사만 먹었을 애 한테 맛있는 걸 먹이고 싶었다. 나는 그냥 그랬는데 혜리는 조개 전채 요리와 갈비, 리조또를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 집에 오는 내내 맛있었다고 반복했다.


지난 5개월동안 혜리는 사회인 첫 신고를 아주 쎄게 했다.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 가운데 어찌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키워 왔는지 밥 한끼 먹으면서 그동안 생각한 것, 할 것, 삶의 지표와 태도등을 차근차근 얘기했다. 감각적이고 기분파인 나와는 달리 논리적인 혜리는 ’긍정적‘이 되기위해 ’논리의 층‘을 켜켜이 올려 탄탄하게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 노력중이었다. 나는 무엇보다 그 점이 고마웠다. 작품 구상도 한창이었다. 웨이터가 “Everything is Ok?”를 묻기 위해 왔다갔다 하다가 눈치보며 우리의 대화를 끊어야했다. 밥 먹으면서  그렇게 ‘계속’얘기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사실 첫 마디는 ”엄마 계속 있으면 좋겠다.“ 였다.


집은 글렌데일 주택가 작은 아파트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레이첼이라는 워너 브라더스 에니메이터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혜리의 방은 정갈했다.  침대앞에 아주 귀여운 받침대와 예쁜 잡지가 올려져 있길래 센스있다고 했더니 갑자기 착착 올라가더니 줄을 잡아당겨 방의 조명을 켰다. 키가 작아서 줄이 손에 닿지 않아 그렇게 작은 계단을 만들었다고.


밤새 뒤척였다. 혜리도 뒤척였다.


혼자 외국 생활을 한다는 것. 말을 안하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저 잘 있나보다 했었는데 막상 눈으로 보니, 혼자 놓고 어떻게 가나 벌써 걱정이 된다. 학생일때와는 전혀 다른 삶의 무게를 감당하려는 모습이 , 당연한데도, 맘이 쓰인다. 아침에 내가 타 준 미숫가루를 마시고 지가 만든 요상한 샐러드와 빵, 삶은 달걀으로 도시락을 싸서 출근했다.


집 천정에서 물이 샌다. 내일 매니저라는 사람이 와서 본다는데 , 스무 살에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겪은 객지생활의 난감함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맛있는 커피를 찾아 나왔다. 커피는 수준급. 미국 와서 마신 커피중에 베스트이다.


곧 홀푸드가서 장을 볼 것이다. 다행히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홀푸드가 있다. 혜리는 8시가 넘어야 집에 올 것이다. 엄마 기다리는 아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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