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한 순간에 지나지 않을 때일지언정
삶이 참 꿈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깨어나고 싶다거나 혹은 깨어나기 싫은 순간들, 붙잡아 둘 수 없는 그 막연한 시간들 속에서 나란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요.
하루는 길고, 일 년은 짧은 지난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한 생명을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고 기르다 보니 다시 아이가 태어난 계절입니다. 어느덧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매일 같은 수고로움을 반복하면서 아이에게 마음 쓰다 보니 긴 하루가 끝날 때 즈음엔 글 한자리 적을 여유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마음 안에 들끓던 글자들을 모른 채하며 그저 아이방을 쓸고 닦고, 먹일 것을 준비하고, 아이의 작은 옷을 개켜 둡니다.
풀잎마다 천사가 있어 날마다 속삭인다. 자라라, 자라라.
-탈무드 중
사랑하는 아이는 날마다 자랍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아이는 어제보다 더 사랑스럽습니다. 한 생명이 자라는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경험은 처음인지라 매 순간 신비하고 경이롭습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만큼 눈물겹게 사랑하는 존재가 생겼습니다.
따뜻하고 성실하게 오롯이 온 맘 다해 사랑하며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어떤 성장을 했을는지요. 어떤 날은 마음이 어려워집니다. 어디에선가 나란 사람은 멈춰버린 채로 시간만이 나를 관통해가는 것 같습니다. 읽지도 쓰지도 못한 글자들을 생각하면 어렴풋이 찾아오던 잠마저도 달아나버립니다.
밤에 잠이 들 때는 모든 활동을 마치고 마음의 갈등을 쉬어야 한다. 아침에 깨어날 때는 모든 일에 마음을 쓰며 되돌아보아야 한다.
-화엄경 중
이 글의 제목은 공지영 작가가 사랑하는 딸에게 보낸 편지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속의 한 구절입니다. 그저 한순간에 지나지 않을 때일지언정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오늘의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지나 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아니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떤 구애도 없이 읽고 쓰는 날이 올 텐데요.
이 밤, 서운함도 부족함도 마음속의 말 못 할 어려움까지도 모두 내려놓고 편히 잠들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새 아침, 새 하루가 주어졌을 때에 눈 뜨는 순간부터 감사함으로 내게 주어지는 모든 일을 돌볼 수 있기를. 사랑하는 아이와 같은 듯 또 다른 하루를 마음 다해 행복해하며 보낼 수 있기를.
모두 모두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