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사이로 도토리가 투둑- 툭-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다시 글을 써야겠다-하고 다짐한 건 모두 도토리 덕이에요. 아니 바람 덕인가. 아니 계절 탓이에요. 가을이잖아요.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어요. 낙엽 위로 쏟아지는 도토리 소리를 듣는 일 말이에요.
뭐랄까 오래된 타자기를 연신 눌러대는 소리 같기도 했고, 여름의 창을 두드리는 소나기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툭- 툭- 투둑 투두둑.
하염없이, 하염없이 길 따라 늘어선 크나큰 나무들 사이로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지났고,
바람이 파도처럼 일렁일 때마다 도토리가 비처럼 내렸어요.
수많은 가을을 보냈는데 어떻게 이제야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된 걸까요.
아직도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이 생긴다는 점에서 생은 참 신비로워요.
낯선 나라에서 맞이하는 열두 번째 가을입니다.
나의 나라에서 봄으로 보낸 삼월을 가을로 보내며 지냅니다.
가을이라서, 가을이니까 마음껏 그리워하기로 했어요.
그리운 얼굴들을 헤아려봅니다.
잘 지내시나요,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