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앞두고 있다.

출국 D-125

by 봄의파랑

사실 나는 겁쟁이다.

아마 지인들은 니가? 라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두려움을 아무렇지 않은 척 포장하는 일에 능하다. 마음 속으로는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품으면서도 결국에는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큰 마음 먹고 내린 결정이 남들 눈에는 과감하고 용기있는 선택으로 비쳐지는 모양이다.


유학을 가기로 결정을 내린 일도 그렇다. 유학을 갈 수 있게 된 건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았기 때문이지만, 사실 프랑스 유학은 언젠가는 저지를 일이었다. 다들 그런 거 하나쯤 품고 살지 않나.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위시리스트, 혹은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거 같다고 생각하는 일. 나한테 유학은 그 중 하나다. 더 솔직히 말하면 공부를 핑계로 파리에 살아보는 일이 그랬다. ‘지금이 아니면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파리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고 지금은 차근차근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떠날 날이 약 네 달 후로 다가왔다.


그렇게 바라던 유학을 앞둔 마음은 어떤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이건 단순히 유학이기도 하지만 첫 독립, 스물아홉 인생 통틀어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믿고 의지하는 친구들과의 분리이기도 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던 울타리로부터의 무모한 탈출이기도 하다. 그 속에 갇혀 지내는 삶은 있는 그대로도 편안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편안함에 영영 안주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별 탈도 없지만 별 재미도 없는, 그런 저런 인생으로 남는 건 싫었으니까. 해보고 싶은 것도 다 해보고, 늘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길 꿈꿔왔으니까.


IMG_6889.jpg


그러니까, 나 자신으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은 욕망은 도전을 꿈꾸게 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고, 꿈의 실현을 코 앞에 둔 지금은 내가 맞서야 할 외로움이 두렵다. ‘혼자 살 수 있을까?’ ‘너무 힘들어서 당장 친구들이 보고 싶으면 어쩌지?’ 같은 유치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하고 또 진지한 고민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고민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남들은 스무살 때부터도 하는 독립을 이제와 징징대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제야 자발적 분리를 처음 겪는 나에게는 그 하나하나가 다 낯설고 어렵다.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한 두 번씩 ‘내가 이 도시에 살게 되다니!’ 같은 순수한 희열에 가슴이 쿵쿵 뛰고 만다. 파리는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내가 가장 자주 방문해 본 도시지만, 그곳에서 ‘산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설렘을 선사한다. 나는 꼬박 1년간 그 도시를, 그리고 매 계절을 온전히 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설렘과 기대가 현재의 삶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그러니까 그 두려움도, 그리고 그것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기대도 결국에는 나를 살아있게 하는 동력이 되니까 그 자잘한 감정들에 지쳐 버거워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