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의 마지막 콘서트가 끝났다.
2019년 3월 16일.
마침내 이 글을 세상에 꺼내놓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에서 살아남는 일이 꽤나 바쁘고 지쳐 멤버들의 개인 활동을 다 따라가진 못하지만 가끔 타이밍이 맞으면 브이앱을 켤 때도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토요일 오후, 성운이의 브이앱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고 다시 한번 미칠듯한 그리움에 사로잡혀버렸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도 이런 그리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 혹시나 이 글이 그런 마음들에 닿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조심히 발행을 하려고 한다. 겉으로 보면 다 괜찮아 보이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다시는 아이돌 그룹에 마음을 줄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또 아직도 11명이 함께 있는 날을 그리워하고 또 꿈꾸며 산다. 불행하게도 난 그 어떤 것에도 덤덤해지지 못했다.
그리고 2019년 1월 30일에 썼던 글.
마지막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마음이 힘들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적은 없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아플 줄은 몰랐다. 나는 나의 슬픔만 생각했지, 멤버들의 슬픔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렇기에 멤버들이 그렇게 슬프게 울 줄은, 그래서 그 우는 모습이 눈만 감으면 파도처럼 몰려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잠깐이라도 멍하니 있게 되면 멤버들의 마지막 멘트와 콘서트 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면서 막콘 일정 역시 고려 대상 중 하나였다. 다시 오지 않을 워너원 활동을 한국에서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고 그 연장선에서 마지막 콘서트도 꼭 가야만 했다. 어학원의 2019년 봄학기 일정이 정해진 후에 1월에 콘서트를 한다는 가정하에 1월의 모든 주말이 지나고 나서 출국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콘서트 일정이 뜨기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그렇게 28일 출국으로 비행기를 잡았던 게 작년 10월의 일이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슬픔에 허우적대며 짐을 싸야 한다거나 정작 나의 유학은 제대로 실감도 못할 정도로 워너원의 활동 종료에 마음을 쓸 줄은 몰랐다. 그냥 이제 다신 못 볼 테니까 끝까지 보고 떠나보내자는 마음뿐이었는데, 워너원은 떠나가면서 내 마음 한 곳을 완전히 도려내 버리고 말았다. 막콘이 끝나고 약 3시간 후인 28일 새벽에는 끝이 믿기지 않아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고, 또 막상 당일 아침에는 파리로 떠날 생각에 설레길래 그래도 새로운 설렘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정작 비행기를 타고 한숨 자려고 눈을 감으니까 어느새 반복되는 상실감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기내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을 정도였다.
멤버들이 무대 뒤에서 혼자 끙끙 앓는 게 아니라 무대 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쏟아버려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까지 솔직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멤버들이 이렇게나 아파한다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다. 헤어지기 싫다, 왜 끝이 있을까 화가 난다, 외롭다 등 날것에 가까운 감정 표출을 듣고 있자니 서로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도 어쩔 수 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 이별이 모두에게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말 왜 나는 나만 슬플 거라고 생각한 걸까? 정작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멤버들인데. 나만 놓으면 끝날 사이라고 생각하고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다해놨더니, 정작 나를 무너뜨린 건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멤버들의 진심이었다. 아직 멤버들의 마지막 멘트는 도무지 감당이 안 돼서 다시 못 꺼내보고 있지만 '우리는 왜 이렇게 끝날 걸 알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다고, 행복하다고 달려왔을까요. 결국 아플걸 아는데...(중략)'라던 우진이의 멘트만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뜨겁게 사랑한 만큼 가슴 시리게 아프다는 건 팬들만 느끼는 감정인 줄 알았는데 이 얘기를 들으니 '멤버들도 여태껏 후회 없이 다 쏟아내고 달려왔구나, 우리는 한정적인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로 그렇게 충실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관린이 말처럼 행복했던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린 것이겠지.
시간이 흐르면 이 상실감 역시도 무뎌질까? 이별의 5단계가 부정 - 분노 - 타협- 우울 - 순응이라고 하던데 나는 이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이 과정을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나대로 열심히 나의 삶을 살겠지만 그러면서도 가슴 한편에 묻어둘 11명의 워너원을 문득문득 그리워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부디 멤버들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그리고 모두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