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살아내기로 했다 9

휴식은 고요였다

by 꿈부

나에게 휴식은 고요다.


일요일 오후.
아침에 일어나니 등이 내 등이 아니었다.
묵직한 뻐근함이
몸의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단순한 접촉사고였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후유증인가 싶다.

그래서 호프집을 쉬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도 쉬기로 했다.


가을 농막캠핑을 가기로 했다.

농막에 도착해 가을 햇살을 보려고 했지만
도착 시간은 석양을 보게 했다.

지는 해는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곳은 계절마다, 시간마다 다른 색을 입는다.
그 변화를 바라보는 고요가 좋다.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멀리 집 굴뚝에서 오르는 저녁연기,
노랗게 물든 벼,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아무 소리도 없는 그 풍경이
나를 쉬게 했다.


“좋다.”


오랜만에 느끼는 좋은 편안함이다.


모닥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웠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서늘한 공기,
얼굴을 스치는 가을 향기.

그 풍경 속에서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그 안에 새로운 에너지를 모으고 있다는 걸 본다.


나도 지금,
새로운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이다.


“더 멀리 나가려면 에너지 충전이 필요해.
그 시간이 지금이야.”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곳은 내가 욕심으로 내닫다가
숨이 막힐 때마다 찾아오는 곳이다.

잘 되면 잘되는 대로 불안하고,

잃으면 잃는 대로 불안했던 나.

숫자로 증명되는 전성기에서 떨어져 나간 수치,
줄어든 자산, 그 모든 걸 잃은 후의 불안은 깊었다.


‘내가 어떻게 번 건데.’


‘얼마나 잠 못 자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개 숙이며,
얼마나 가슴 졸이며 키운 건데.’


원망은 컸다.
세금을 거둬가는 나라,
금리를 올리는 은행,
역전세로 돈을 요구하는 임차인.


하지만 이곳에서 불을 보다 보면
결국 원망의 대상이 나였음을 깨닫는다.
그 모든 불안과 원망의 원인이 나의 욕심이었다는 걸.


많이 편안해졌다.
4년의 시간이 지나고 난 꽤 괜찮아졌다.
사람들과 편안한 웃음을 나누고,
욕심으로 난장판이 되었던 자산들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리고, 10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많이 가졌음을 안다.


이 편안함을 되찾는 데, 나는 고요를 자주 찾았다.
그 고요가 숨 쉬게 했다.


'고요 속에서야 비로소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들린다.'
– 노먼 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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