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an is an island."
영국 시인 존 던은 그 누구도 섬은 아니라고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해 타인과 협력하고 정서적 연대감을 쌓는다고 말이다.
나도 본능에 충실하게 회사라는 공동체에서 타인과 협력하며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그 본능과 '정서적 연대감' 사이엔 큰 괴리가 있다. 나를 찾는 사내 메신저가 울리면 정수리 힘부터 주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어느 일요일, 난 사장단 보고를 앞두고 사이렌처럼 번쩍대는 메시지 알림창을 보며 한숨부터 내뱉게 됐다. 보고서를 이렇게 구성하는 게 맞느냐, 이 문장이 제대로 의미 전달을 하는 거냐, 근거가 뭐냐. 팀장은 끝없는 질문 공세로 내 목줄을 잡아당겼고, 나는 잘 훈련된 개가 공을 찾아 물어주듯 답을 찾아 전달했다.
제발, 일요일 하루만큼은 나도 섬이 될 순 없는 걸까. 어디선가 거친 풍랑이 밀려와 내 족적을 지우고 나를 섬으로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는 모든 인간이 섬이라고 했다. 특히 자신은 자유와 쾌락을 추구하는 이비자 섬이라고 말이다. 고립무원의 자유에 도취된 자급자족형 인간. 폭풍처럼 업무가 몰아치던 어느 일요일 오후, 난 존 던보다 휴 그랜트를 꿈꿨다.
'내일 출근하면 자리로 오세요. 같이 한번 봅시다.'
폭풍의 끝에 비친 한 줄기 햇살 같은 메시지였다. 키보드를 연결할 여유도 없이 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만 문자를 쳐 대던 나는 소파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섬이 되고 싶다!'
결심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세상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겠다고.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는 오지로 떠나 완벽한 섬이 되겠다고 말이다.
이런 생각의 흐름이라면 당연히 섬이 떠올랐어야 했다. 휴 그랜트의 이비자처럼 화려한 섬이 아니라 정말 무인도 같은 외딴섬 말이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머릿속에 떠오른 건 사면이 대륙으로 막히고 해안가라곤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나라, 몽골이었다.
바다는 아니지만 초원과 사막으로 고립된 곳. 수평선처럼 펼쳐진 지평선 너머로 파도처럼 바람이 몰아치는 곳. 망망대해를 부유하듯 드넓은 대지에 누워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고 싶었다. 온 우주에 나 혼자인 듯, 홀로 온 우주를 다 가진 듯, 그렇게 말이다.
그리고 정확히 6개월 뒤, 난 그날 떠올렸던 이미지 그대로 몽골의 사막 섬 한가운데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