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동행

by 성세윤

몽골 여행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해 삼사일 간 인근 테를지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단기 코스에서 중부와 고비사막을 둘러보는 일주일 이상 중부 코스 그리고 중부를 본 후 북부 홉스골까지 가는 이주일 이상 몽골 종단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섬'을 주제로 한 여행인 만큼 고비사막은 필수로 포함돼야 했다. 다만 아무리 연차와 연휴를 붙인다 해도 10일 이상 쉬는 건 무리였다. 노려볼 수 있는 건 고비사막을 포함한 10일 정도의 중부 코스였다.


하지만 얼마나 지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일단 렌터카가 안된다.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구글맵도 잘 안되고, 고비사막까지는 도로가 아예 없는 구간도 많다. 주유소나 정비소는 거의 없고 휴대폰 신호도 수시로 끊겨 대부분 렌터카 업체에서는 현지 운전기사를 포함할 경우에만 차를 빌릴 수 있다.

여기서부터 계획이 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렌터카를 타고 한적한 사막길을 드라이브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상상을 했는데 혼자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해진 셈이다.

곧장 두 번째 문제가 인식됐다. 일주일 넘게 차를 빌리고 운전기사까지 고용한다면 아무리 물가가 싼 몽골이라도 가격이 천정지부로 치솟았다. 단독으로 고비사막을 포함한 중부 투어를 한다면 수백만 원은 족히 들었다.

대안은 있었다.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몽골 여행객들은 대부분 인터넷 카페나 앱을 통해 '동행'을 구한다. 주선자가 일정을 포함한 여행 개요를 게시하면 이를 보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동행들 간 경비를 나누기 때문에 비용은 훨씬 줄고 일정도 동행들과 직접 짜기 때문에 패키지여행보다 자유롭다.


고민이 시작됐다. '섬'이 되길 꿈꾸며 떠나는 여행인데 동행을 구한다는 자체가 모순이었다. 게다가 일면식도 없이 카페 아이디로 처음 접한 사람들과 일주일 넘게 같은 공간에서 부대낄 자신이 없었다. 극 I인 나에겐 지옥 같은 상황이다. 벌써부터 어색한 침묵이 떠오르며 속이 울렁이는 듯했다.

하지만 돈 앞엔 장사 없다. 몇 백만 원을 아낄 수 있는데 어색한 침묵 따위가 문제겠는가.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무작정 글을 몇 개 읽어보고 일정이 맞는 팀을 골라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몇 번의 대화 끝에 20대 중반으로 구성된 그 그룹에 내가 낄 자리는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글들을 더 보고서야 내가 글들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 글에는 일정뿐만 아니라 나이와 성비 그리고 흡연이나 음주 여부 등의 요구조건이 꽤 자세히 적혀있었다. 낯선 이들과 여행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이 이미 하나의 관례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관례라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나도 조건을 따지며 그룹을 찾아봤다. 나이는 30대 중반 이상, 전원 싱글, 남녀 성비는 고르고, 흡연자는 없어야 했다. 별구경을 위해 달 없는 날 전후의 일정이어야 했고 일출이나 일몰을 보는 일정도 포함되면 좋을 것 같았다.

수시로 올라오는 게시글 덕분에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조건이 맞는 한 그룹과 연결됐다. 오픈채팅으로 몇 가지 질의를 주고받은 뒤 나는 나를 포함해 여섯 명으로 구성된 단톡방에 초대받았다.

'환영합니다.'

이게 뭐라고 입사면접이라도 합격한 양 입꼬리가 올라갔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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