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만날 얼굴들, 어쩌면 내 얼굴들

개학을 일주일만 늦추면 안 될까요?

by 서정

한 시간, 한 시간 흐를 때마다 마음이 심란하다. 전국에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것임을 확신한다. 새 학년 개학일이 내일이다. 행복했던 겨울을 돌아보다 마음속으로 외친다. 아직 난 준비가 안 됐어……! 일주일만 더……!


2월 마지막 주에는 새 교실에서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학년이 시작되면 제대로 청소할 틈이 없다. 기모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간 것이 후회될 정도로 쓸고 닦았다. 부옇게 먼지가 쌓인 책상들도 닦았다. 이제 어색하게 굳은 얼굴들이 히터로 텁텁해진 초봄의 교실을 채울 것이다. 출석부를 보는데 이름들이 낯설다. 책상 위로 하얀 원 같은 얼굴들만 둥둥 떠오른다.


KakaoTalk_20260302_210143860.jpg 내일은 아이들로 채워질 교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외우게 될 얼굴은? 장난꾸러기들의 얼굴이다. 처음 만난 어색함을 금방 깨 주는 꾸러기들의 얼굴은 금방 눈에 익는다. 이름도 금방 입에 붙는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얼굴은 장난꾸러기가 아닌 다른 얼굴들이다.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주근깨가 사랑스러웠던 아이. 웃을 때면 항상 옆 친구 어깨를 때리며 온몸으로 웃곤 했다. 언젠가 머리를 만지며 “저 너무 못생겼어요.”하고 내게 대뜸 말했다. 얼굴이 하얗지 않고, 쌍꺼풀이 없다고 해서 못생긴 게 아닌데. 아니라고 말해도 진심으로 듣지 않던 아이의 얼굴이 잊히질 않는다.


눈도 얼굴도 동글동글 귀여웠던 아이. 솔직한 진심이 담긴 그 아이의 일기를 읽고 댓글을 달아주는 일이 참 즐거웠다. 그 아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해 사과하지 않을 일에도 사과하곤 했다. 아이들 관계도 어른들 관계처럼 어렵다. 별것 아닌 것에 갈등이 풀리기도 하고, 그 반대일 때도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관계를 털어놓으며 눈물이 차올랐던 동그란 눈도 자꾸 생각난다.


그런 잊히지 않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쉬는 시간 짧은 틈에는 다 하지 못한 말들이. 이번 겨울 방학에는 그 말들을 동화로 썼다. 에세이가 아닌 글을 처음으로 쓰면서 깨달았다. 그 말들은 사실 내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기도 했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었던 나, 친구가 없어질까 무서웠던 나. 그래서 그렇게 자꾸 생각났나 보다.


내일 아침이면 올해 함께 울고 웃을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하게 된다. 그중에는 나처럼 개학을 일주일 미루고 싶은 아이도 있을 것이고,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가 반가운 아이도 있을 것이다. 히터로 텁텁한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활짝 웃으며 맞아보려고 한다. 쭈뼛쭈뼛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 얼굴이 보이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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