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세 달 전, 나는 킥복싱을 시작했다. 회사에 입사한 지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3년 만의 사회 복귀, 세월은 흘렀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웠다. 혹시라도 내가 실수해서 혼나지는 않을까, 혹은 너무 소극적으로 굴어서 존재감 없는 신입이 되진 않을까. 마음속에서 자꾸만 걱정과 두려움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것도 도전이야, 일단 부딪쳐보자.”
게다가 나는 서른넷, 이제는 뭔가 하나를 정해서 끝까지 가야 할 시기다. 적성에 딱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일로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입사 한 달 차가 되어갈 무렵, 흔들리는 내 멘탈을 붙잡을 수 있는 뭔가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운동을 해보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헬스 말고, 뭔가 더 강력하고 활동적인 운동, 스트레스를 날려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킥복싱이었다. 킥복싱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때로는 주먹을 쥐고, 때로는 발로 땅을 차고, 땀을 쏟으며 마음속 응어리까지 날려버리는 강력한 해방감. 스트레스 해소, 체력 향상, 체지방 감량까지, 이거다. 바로 이거야!
나는 바로 무료 상담을 신청 하고, 체험 수업에 들어갔다. 정말 재미있었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곧장 등록하고, 그날 이후 퇴근 후에는 늘 킥복싱장으로 향했다. 킥복싱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34년 동안 품고 살아온 마음, 그건 생각보다 많이 나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늦게나마 그 나약한 마음을 이겨낼 도구를 찾아냈다. 왜 이제야 이걸 시작했을까?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했기에,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주먹을 쥐는 법을 알게 되었고,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 킥복싱을 시작했을 때는 체력이 급격히 소모되어, 피곤한 날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좋아지고,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는 건 여전히 힘들고, 피로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도 최대한 마음을 가볍게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스트레스를 품지 않고 흘려보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는 불시에 찾아오기도 하고, 피할 수 없는 일일 때도 많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예전에는 일하다가 작은 실수만 해도 쉽게 무너졌지만, 지금은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는 여유가 생겼다. 물론 여유를 갖지 못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그게 나에게는 큰 변화다. 킥복싱 수업 중, 코치님이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다. ”힘은 주되, 긴장은 풀어야 해요. 그래야 오래 버틸 수 있어요.“ 그 말이 왠지 운동을 넘어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업무 중 압박이 심할 때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으려 한다. 예전엔 늘 긴장된 상태로 버티다가 지쳐버리곤 했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조절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생겼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이제는 나를 ”잘해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성장 중인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킥복싱장에서 미트(목표판)를 칠 때마다 나는 실수한다. 스텝이 꼬이기도하고, 타이밍이 늦기도 한다. 하지만 코치님은 말한다. ”그게 연습이에요. 틀리면서 배워가는 거예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일상에도 그렇게 바라보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은 단련 중이니까.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예전보다 꽤 괜찮은 사람으로 자라고 있구나.‘ 지금 나는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전보다 더 나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일이 와도, 주저앉기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나를 지켜야 할 링 위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워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게 바로, 킥복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