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생각의 시간

by 탁온기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단지 조용히 앉아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지켜보는 시간. 그런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가장 선명하게 만난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달린다. 모두가 바쁘다고 말하고, 느긋한 태도는 게으름처럼 여겨진다. 멍때리기.... 누구한테는 다 필요하다. 두뇌회전작용하는데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게 사니깐...

그리고 나는 믿는다. 가장 중요한 일들은 오히려 멈춰 선 그 순간에 일어난다는 것을. 고요히 앉아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자기 삶의 방향을 볼 수 있다.

사색은 거창한 철학이나 복잡한 논리를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 카페 창가에 앉아 나무가 흔들리는 걸 바라보거나, 집 안에 흘러드는 오후의 햇살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

그 속에서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오르기도 하고 당장 해야 할 선택에 대한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내면의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다. 사색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마음이 더 가벼울까. 어릴 땐 이런 시간이 지루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 아깝게 느껴졌고,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고 무의미해 보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고요한 오후가 얼마나 귀한지.

그런 조용한 틈 사이에서 비로소 마음이 정돈되고, 삶의 무늬가 조금씩 드러난다는 것을. 사색은 외로움이 아니다. 그건 혼자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훈련이며, 나를 돌보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많이 자라고, 가장 깊이 쉬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생각의 방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경쟁도, 비교도, 정답도 없다. 오직 나의 언어, 나의 기억, 나의 감정이 천천히 피어나고 머무르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묻는다.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가.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고, 또 기쁘게 하는가.

그 대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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