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83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약속을 한다."
이 말을 되게 좋아한다.
그냥 당연한 말인데
왠지 모르게 종종 위로를 얻는다.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
내 주위는 온통
왼쪽 가슴의 여백이
절반 정도 남은 사람,
그리고 조금 남은 사람,
심지어는 여백이 이제는 없는, 더 색을 넣을 틈도 없는
사람들로 가득 메우고 있다.
나만 아직
여백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필요하다.
텅 빈 내 가슴짝과 내 텅 빈 마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하다.
점점 텅 빈 곳을 채워나가며
내 앞으로의 삶은 단단해질 것이 분명하다.
앞서 말했듯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약속을 한다.
언젠가는
더 욱여넣으려, 더 색을 채워 넣으려 해도
들어가지 않는, 여백 따윈 없는
내 왼쪽 가슴이 만져질 것이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나보다 여백이 없는
사람들도 다 똑같은 사람들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 삶에는 쉼과 여백이 필요하고,
그러므로
나는 오히려 지금,
내 가슴의 여백이
내 생각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곳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내가 가장 여백이 많은 사람이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