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0
오랜만에 아침 햇살에 반쯤 덮인 두 발을 바라보며 또다시 열차의 구석에 몸을 집어넣었습니다. 내 시커먼 신발 위로는 도시의 여러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치며 해방으로의 출발을 알렸고, 양쪽 귀에 꽂혀 있는 음악은 머리통 속에 담긴 잡념들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렇게 어언 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오랜만에 공항에 발을 들였습니다. 저번과 같은 카페에 몸이 자연스레 이끌렸는데, 오늘은 그다지 시간적 여유가 없는 탓에 빠르게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그때와 똑같은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바깥의 풍경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객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때의 내가 겹쳐 보였는지, 오늘의 바퀴들은 썩 눈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세 자리의 숫자가 불렸고, 난 자리에 앉아 무심히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발랐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모금, 그리고 베이글 한 입. 복잡미묘한 맛이 느껴졌고, 또다시 눈망울이 축축해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홀로 커피를 마실 때면 어째서 매번 이상한 회의감에 사로잡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그때보단 덜했습니다. 몸에 피로가 잔뜩 섞여 있는 탓에 사실 별생각이 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곧바로 탑승에 이르렀습니다. 간만에 가운데 좌석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오늘따라 좌석이 굉장히 좁게 느껴졌습니다. 부푼 마음이 벌써 압박을 받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앞에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해맑아 보여 다행입니다. 대다수가 여행객들이지만, 난 그저 한 글자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방랑자에 불과하긴 합니다. 그러나 나 또한 굉장히 굶주린 탑승객인 탓에, 나도 조금의 미소를 지어보렵니다. 지상에 닿고서 또 어떤 감정들이 나를 에워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찌 됐든 지금 내 옆자리에는 하얀 구름이 앉아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아무쪼록 나의 일주일이 평안하길 바라며, 이만 눈을 좀 붙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