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공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1화. 솜포케어에서 베네세까지 – 일본 시니어 리빙 브랜드가 말해주는 것

by 홍감자



“노인은 불편해도 참는 법을 안다.”
이 말이 익숙해진 사회에서,
나는 도쿄의 시니어 리빙 브랜드들을 마주하고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불편하지 않은 공간은 가능하다.
심지어 아름다울 수도 있다.’




1. 도쿄에서 마주한 시니어 리빙의 얼굴


일본 도쿄에서 공간 리서치를 하던 중,
보험사 계열의 시니어 리빙 브랜드 ‘솜포케어’를 방문하게 됐다.
요양시설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던 이미지와는 달리,
그 공간은 밝고 따뜻한 조도, 정돈된 라운지,
그리고 갤러리처럼 구성된 공용공간이 인상 깊었다.

입주자들은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조용히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보호받는 존재라기보다,

자기 일상을 존중받는 사람들에 가까웠다.





2. 같은 목적, 다른 접근 – 베네세 케어


교육기업이 만든 시니어 리빙 브랜드 ‘베네세 케어’도 인상 깊었다.
이곳은 교양과 문화, 자율성을 강조하는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입주자에게는 매달 취향 기반의 소모임, 예술 워크숍, 맞춤 도서 큐레이션이 제공됐다.
공간은 호텔처럼 설계되어 있었고,
가족을 초대하기 좋은 다이닝 공간과 소규모 전시장이 함께 운영되었다.

‘돌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삶의 태도를 지지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3. 일본 시니어 리빙 브랜드가 말해주는 것


두 브랜드는 공간 스타일이나 운영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보여줬다.


1. 주거는 기능을 넘어 삶의 방식이 된다.

2. 고령자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브랜드의 주 소비자

3. 공간은 돌봄이 아닌 ‘존중’의 언어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4.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


한국의 시니어 공간은 아직도 ‘관리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요양병원, 실버타운, 공공 임대주택 대부분은 의료와 수발 중심이다.
그러나 이제 고령 인구는 더 이상
불편함을 참기만 하는 세대가 아니다.


1.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2. 삶의 질을 선택하며,

3. 자기다운 일상을 원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간은 여전히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5. 기획자로서 내가 본 방향


시니어 공간은 단순히 노후의 주거지가 아니라,
존중받는 생애를 완성하는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한다.


1. 의료는 기본, 문화와 선택의 여지를 가진 구조

2.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공간

3. 하루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책상

4.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그런 공간을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을까?
기획자로서, 나는 이제 가능하다고 믿는다.





일본의 시니어 리빙은 ‘돌봄’보다
‘존엄 있게 살아가는 방식’을 제안하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