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2
날 선 어둠이 온몸을 할퀴고 간 밤,
상처는 바람과 만나 벌겋게 피어올랐다.
방안엔 고통의 신음이 가득했고
이는 빛바랜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와 비슷했다.
그렇게 눈에 담긴 세상이 뒤집혀 버릴 때 즈음
문득, 혼자 울고 있을 작은 소녀가 스치어
이렇게 편지한다.
소녀여,
뒤를 돌아보지 마요.
나와 같은 어두운 것을 멀리하고
못된 생각들로
고요 속에 시간을 세지 마요.
내 그림자가 길게 뻗거든
그것을 따라가지 말고
걸음을 옮겨 햇살과 조우해요.
이제 밝은 것들을
가까이하려는 그대와
멋쩍은 미소로 인사합니다.
그렇게 별이 없는 밤에 갇힌 날,
나는 종이 위에 너를 조용히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