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AI 미술대회 심사가 끝난 지 일주일 후, 서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AI’ 코너가 따로 생겨 있었고, 수십 권의 책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7일 만에 마스터하는 Chat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완벽 가이드』
『AI로 부업 월 500만원 벌기』
『미드저니로 1시간 만에 작가 되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AI 책은 몇 권의 전문서적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아예 하나의 장르가 된 듯했다.
서점보다 더 큰 충격은 회사에서였다. 어느 날부터 AI 교육 공지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ChatGPT 기초 활용법 (필수)”
“생성형 AI로 업무 효율성 높이기 (권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입문 (선택)”
“AI 시대 직장인 생존법 (긴급)”
한 달에만 4~5개의 교육이 열렸다. 문제는 강사들의 수준이었다.
첫 교육에서 강사 소개는 이렇게 시작됐다.
“저는 ChatGPT를 1년 넘게 사용한 전문가입니다.”
1년? 나도 그 정도는 썼는데…
강의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ChatGPT에게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보세요. 답변을 해줍니다.”
“스트레스 받을 땐 ‘위로해줘’라고 하세요.”
“점심 메뉴 못 정할 땐 물어보세요.”
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걸 들으려고 2시간을 비워둔 건가? ChatGPT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라는 얘기라니.
집에서 페이스북을 켜보니 더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졌다.
“AI 강사 급구! 시급 10만원”
“경험 무관, ChatGPT 사용해본 분 환영”
“프롬프트 몇 개만 알면 OK!”
조건을 보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필수: ChatGPT 사용 경험 3개월 이상
우대: 미드저니, 클로드 써본 사람
급여: 시간당 5만~15만원
“3개월이면 강사라니…?”
호기심에 두 번째 교육에도 들어갔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전문가’라는 강사였다.
30분간 위키피디아에서 볼 수 있는 ChatGPT 역사를 읊었다.
그다음은 구글 검색 몇 번이면 알 수 있는 팁들.
“자세히, 단계별로, 전문적으로 같은 단어를 붙이세요.”
“역할을 부여하세요. ‘You are a professional writer…’로 시작해보세요.”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걸로 강의료를 받는다고?”
세 번째 교육은 더 황당했다.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Roast Me’ 해볼까요? AI에게 ‘나 좀 까줘’라고 해보세요.”
참석자들이 따라 하며 폭소가 터졌다. 2시간 중 업무 활용 이야기는 20분뿐이었다.
그 무렵 또 하나의 유행이 있었다. 바로 지브리 스타일 프롬프트였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카톡에는 “우리 가족을 지브리풍 캐릭터로”, “내 강아지를 센과 치히로 속 주인공으로” 같은 콘텐츠가 넘쳐났다.
회사 동료들도 점심시간마다 AI가 만든 지브리풍 이미지를 보여주며 즐거워했다.
“우리 집을 지브리풍으로 바꿔봤어요!”
“와, 진짜 애니메이션 같네.”
나도 보며 웃었지만, 속으로는 복잡했다.
“재미있긴 한데… 이게 전부일까? 회사에서 AI가 그림 놀이 도구로만 소비된다면, 진짜 혁신은 어디서 오는 거지?”
몇 달간 여러 강의를 듣고 난 뒤, 공통된 문제가 눈에 보였다.
피상적 이해 확산 - AI를 업무 도구가 아니라 ‘놀잇감’으로만 인식
천편일률적 교육 - 똑같은 예시, 똑같은 프롬프트
검증 없는 전문가들 - ChatGPT를 몇 달 써본 사람이 ‘전문가’로 둔갑
결국 이런 교육은 AI에 대한 편견만 키웠다.
그러던 중, 진짜 AI 활용을 하는 후배를 만났다.
“형, 강의 많이 들으세요?”
“응, 회사에서 의무니까. 너는?”
“저는 안 들어요. 시간 낭비 같아서. 대신 직접 부딪혀가면서 배워요.”
그의 업무 방식은 달랐다. 처음엔 엉망이었지만 몇 달간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었고, 이제는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진짜 AI 학습은 강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점점 구분이 뚜렷해졌다.
상위 10%: 강의는 안 들어도 성과를 내는 조용한 실력자들
중간 80%: 강의는 열심히 듣지만 활용은 피상적 → “써봤는데 별로”
하위 10%: 여전히 AI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
진짜 문제는 중간층이었다.
교육은 들었지만, AI를 ‘장난감’으로만 소비하는 층.
결국 나는 회사 AI 교육 참석을 중단했다.
대신 내 업무와 상황에 맞는 나만의 활용법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는 실제로 AI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보자.
남들이 만든 ‘정답’이 아니라, 내가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방식으로.
몇 달 후, 나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성했고, 동료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