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이식의 여정

고난의 시작-1

by 민준

머리엔 피가 범벅되고, 마취는 아직 깨지 않은 헤롱헤롱한 상태로 미래와이프와 집에 돌아왔다.


미래와이프는 병원에서 알려준데로 꽃에 물주듯 식염수를 내머리에 30분간격으로 뿌려주었다.


전날 주문해놓은 샤브샤브를 먹는중에도 예외는 아니였다.


다음날 장거리 운전을 해야하지만 밤 늦게까지 날 케어해준

미래와이프가 오늘의 마지막 식염수를 뿌려준 뒤 집을 떠났고 그때부터 두려움과 고난이 시작됐다.


미래와이프와 같이 있을때 별거 아닌듯 웃기도 하고 괜찮은 척을 했지만 막상 집에 혼자 있으니


무섭기 시작했다.

특히, 머리에서 줄줄 흐르는 피를 보면서,

'수술이 잘못된건 아닐까? 아까 의사선생님 약간 피곤해 보이신거 같던데..? 그리고 이식하면서 뭔가 수근수근 된거 같아.....혹시 과다출혈로 내일 못 일어나면 어쩌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긴급전화번호 설정을 다시 확인하고 의식이 없을 때

119에 연락을 취하는 법을 알아봤다.


하지만 의식이 없을때는 방법이 없다는걸 알게되었고 쿠팡에서 홈캠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병원에서 준 부직포를 베개에 감싸고 잠을 청했다.


잠을 자는동안에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얼굴을 감싸기 시작했고 부직포 5장은 모두 피로 물들었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느라 잠깐 일어나고 다시 자고를 몇번 반복했더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고 식염수를 뿌릴때마다 고여있던 피는 줄줄 흘렀고 병원에서 준 거즈는 동이 나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에 병원 오픈하자마자 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ChatGPT Image 2025년 11월 21일 오전 11_14_06.png


병원 : 그거 으레 있는 상황이니깐요, 무리하지 말고 푹 쉬세요

나 : 네...


식염수를 뿌릴 때마다 머리에서 피는 계속흐르고

거울속에 나는 쳐다보기도 싫을정도로 흉칙한 모습이였지만....


그와중에 배가 고파졌다.


수술이 결정 됐을때 내가 제일먼저 한일은 요양기간(?) 동안의 식단표 만들기 였다.


일주일간 아침, 점심, 저녁 식단을 짰고


식단의 구성은 오로지 (머리에)좋은 음식뿐 이였다.


고생했을 두피를 위해 염증에 좋은 베리류를 아침에 갈아 먹고,

점심은 두부조림, 고등어 등 단백질 섭취,

그리고 비타민D가 많은 브로콜리는 아침,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먹기로 계획했다.


밥먹고 식염수 뿌리고 빨간약을 채취부위에 바르고를 하루종일 무한반복했다.


그러다 창문밖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너희들은 나처럼 고생하지 말고 지금부터 관리해라....' 라는 혼자말을 하기도 했다.


밤이 깊었지만 좀처럼 잠은 오지 않았고 인터넷에서 모발이식 후 자는 방법을 검색했지만,


어떤 블로거는 옆으로 자라,

어떤 블로거는 천장을 보고 자되 이식부위를 닿지 않게 자라,

또 어떤 블로거는 그냥자라 아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을했다.


결국 이식부위가 닿지 않도록 옆으로 돌려 잤고, 첫날과 다르게 딱히 고통도 없고 피도 멎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식단이 중요한거였나? 이거 나중에 새로운 이론이 되는거 아니야?,

강연의뢰가 들어오면 어쩌지? 가면을 쓰고 할까? 책을 낼까?, 회사 겸업 금지인데...어쩌지?'

라는 행복한 상상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해야할일들(강연이 들어왔을때, 책 시나리오 등등) 정리하고

일주일동안 엄청난 자기개발을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고 나니....

맥주생각이 났다...


'시원하게 맥주한잔 마시고 자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식단으로 회복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빠른거 같은데...맥주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병원에서 결제를 하고 내머리에 식염수를 뿌리던 미래와이프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쿠팡에 논알콜 맥주를 검색하고 대량 구매하면서 첫날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진짜 고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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