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이식의 여정

입소

by 민준

입소 이틀전, 병원으로부터 온 문자


"비타민 등 영양제 복용 하지마시고 수술전까지 금주 및 금연 하세요"


뭔가 섬뜯한 문자가 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랑니 뽑기 전에 날라오는 치과의 문자와 거의 유사한 문자가 왔다.


'머리는 어떻게 잘라야 하지? 염색은? 식사는 어떤걸 해야하지?........'


궁금한게 태산이였지만 미래와이프가 같이 있어 애써 태연한척 했다.


밤 10시가 지나고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잠이 들 수 없어

막걸리와 함께한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아무렇지 않은듯 티비를 보며 불안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수술당일,

마치 엄마가 치과에 데려가는것 처럼 미래와이프는 신나보였고(당시 내심정), 난 뾰로통한 표정으로 창문만 바라보았다.


'마취수술이라는데 깨지 않으면 어쩌지? 4시간동안 한자세로 앉아있다가 쓰러지면? 과다출혈이면? ....'


병원으로 가는 1시간동안 여러가지 시나리오와 오만 잡생각을 했고 점점 병원에 가까워 질 수록

'주말에 왜이렇게 차가 없는거야....신호는 왜이리 딱딱 떨어지는거야..' 라고 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도착한 병원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간호선생님은 의사선생님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의사선생님은 대뜸 내머리를 캔버스 삼아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셨고 내가 아닌 미래와이프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이렇게 디자인할 예정입니다."


미래와이프는 캔버스를 꼼꼼하게 확인 하더니...


"선생님, 이쪽도 더 심을 수 있지 않나요?, 그리고 여기도 더 심으면 좋겠는데요? 그리고 여기도요"


내의사와 상관없이 나의 머리를 농구 작전판 처럼 보며 둘이서 열띤 토의를 하고 있었다.


선생님 : "여기는 좀 더 약을복용하고 경과를 지켜본 후에...하시는게 어떨까요?"

미래와이프 : "아니요! 일단 심고 경과도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 : "그럼 비용이.."

미래와이프 : "상관없어요, 심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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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는 '왜 아무도 내의사는 안물어볼까?'하는 생각이 나지만

그때 당시에는 귀로는 여러 이야기가 들렸지만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둘만의 회의가 끝나고 나는 어느새 뭔지도 모르는 동의서를 작성하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민준님, 들어오세요"


나는 훈련소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것 처럼 미래와이프와 짧은 작별인사를 나누고

수술복을 입은채 수술실로 간호사에게 끌려갔다.


수술실 입장,

선생님은 바리캉을 들고 계셨고 나는 얌전히 자리에 착석했다.

나는 간절한 목소리로

"선생님, 출근할 수 있게 잘 좀 부탁드려요"

"네"

그리고 이어서 울리는 바리캉 소리.....


뒷머리가 훵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배려란 없었다.


뒤이어 간호사선생님이 바리캉을 건내받고 다듬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한번,


"선생님, 출근할 수 있을 정도로만 부탁드려요.."


간호사선생님은 "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역시 배려는 없었다.


삭발작업이 마무리되었고 나는 수술대에 눕고 마취에 들어갔다.


꿈에서 나는 서커스단에서 신나게 공중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러고 얼마있다가 간호사의 이동명령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부축을 받으며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나는,


"저...살아있는거죠?"


이말이 왜 나왔는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수면마취에 대한 두려움이 였던거 같다.


마취 링거를 맞으며 채취작업이 시작됐다.


정신은 몽롱한데 아픈, 살면서 처음 느끼는 고통이였다.


나 : "선생님 아파요"

의사선생님 : "네"


나 : "선생님 아파요"

의사선생님 : "네" 를 한 여섯번쯤 반복했을 때, 더이상 못참겠어요, 저 집에 갈래요를 외치기 바로직전,


간호선생님의 "이동하실게요."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식룸으로 들어가고 다시한번 몽롱한 고통이 시작됐다.


이젠 행군의 심정으로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결국 6시간의 대수술은 끝났고 미래와이프는 걱정어린 눈빛으로

"오빠, 괜찮아?" 하며 나를 위로해줬다.


밖은 어느새 어두워졌고 간호사선생님은 프린트된 유의사항을 주고는

"고생하셨어요, 푹 쉬세요"라는 말과 함께,


"혹시, 모자를 쓰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세요?" 라고 물었고,


나는 "네?"라고 말하며, 거울은 본 순간.....뒷머리가 없고 옆머리만 있는 프랑켄슈타인을 보았다.


"쉬시는 동안 이걸 쓰세요" 간호선생님은 태어나서 한번도 써보지 못 해본


비니모자와 급식실 위생선생님모자를 주셨다.


난 일단 모자를 쓰고 미래와이프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서면서 내 상태를 망각한채

수술과정을 미래와이프에게 자랑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마치, 치과를 다녀온 애기처럼..


미래와이프는 고생했다고 토닥여 주었고 집에와서도 나를 케어해줬다.


사실, 피딱지가 머리에 가득하고 뒷머리는 밀려있고 옆머리는 가득한 정말 창피한 내모습이였는데,


모발이식 한 사람중에 오빠가 제일 잘생겼다고 말하는 미래와이프에 말에

내색은 안했지만 정말 고마웠고 이여자한테 평생 잘해줘야겠다고 생긱했다.


그리고 진짜 고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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