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맞이하신 아버지께 올립니다.
인생의 너무도 많은 날들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고, 칠순이라는 인생의 노정에 서신 아버지께 깊은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봄엔 꽃이 피고, 가을엔 봄과 여름의 노고로 아름답고 풍성한 열매를 맺듯 아버지께서 맞이하신 노년도 그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원숙한 삶의 경지인 노년을, 아름답게 피어난 가을 국화에 비유한 시가 있습니다.
국화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봄과 여름의 설렘과 기쁨, 정열, 성취, 고뇌를 겪고 피워낸 국화처럼 아버지의 노년도 향 맑고 정갈한 모습으로 저희 가족들 앞에 피어있습니다.
봄과 청춘의 꽃이 화려하고 정열적이지만, 가을과 노년의 꽃인 국화는 맑고 정갈한 모습과 향이 있습니다.
장작불이 화려하고 정열적인 힘의 불이라면, 맑고 바알간 숯불은 절제되고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장작불을 방안에 들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추운 겨울밤에 방안에 들여 따뜻하게 밤을 지켜주는 것은 향 맑고 절제된 숯불일 것입니다.
젊음의 기운과 패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청춘을 되돌아보면 절제되지 않은 장작불처럼 마구 타올라 성급함과 오만, 자만 등으로 말미암은 일들에 대한 후회와 반성들로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한 자식들이 벌인 무모한 일들로 인해 깊은 밤 고민하고 계셨을 부모님의 마음을 저희가 어떻게 헤아릴 수나 있겠습니까.
조금은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크게 나무라지 않으시고, 그냥 바라만 봐주셨던 그 고마움을 지금에서야 느끼게 됩니다.
노년의 지혜와 혜안을 빌려, 어려움에 처한 한 무리가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인생의 여행에서 거쳐오신 경험과 지혜를 가족들에게 베풀어주시고, 인생의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행복한 노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아버지의 칠순을 축하드리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바칩니다.
노년에 관한 명언들을 몇 줄 적어봅니다
노년은 젊음, 그것에 비할 바 없는 기회인 것을,
비록 차려입은 드레스만 다를 뿐,
하여 저녁 어스름이 옅어져 가면 하늘에는 별들이,
보이지 않는 낮이 가득하다네.
-롱펠로우-
잘 활용하는 법만 안다면
노년은 온통 즐거움으로 가득한 새로운 세계다.
-세네카-
당신은 열여섯 살 때의 아름다움을
당신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육십 세 때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일 것이다.
-마리 스톱스-
50이 되어 49년의 잘못을 안다.
-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