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에 대한 단상

줄 서서 먹는 대란템의 맛이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유

by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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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저트 업계를 점령한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두쫀쿠’다.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인 이 이름은, SNS 피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1분에 한 번 이상 마주하게 되는 절대적인 유행의 상징이 되었다.


피스타치오의 진한 초록색 스프레드, 볶은 카다이프 면이 주는 바작바작한 소리. 영상 속 사람들은 눈을 번뜩이며 ‘인생 맛’이라 치켜세웠다. 나도 어쩌다 그 귀하신 몸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고 든 생각은 당황스러울 만큼 솔직했다.


“이게 다인가?”


맛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유명세에 비하면 그 미각적 경험은 지극히 ‘평범’했다. 왜 우리는 이토록 평범한 맛에 이토록 비범하게 열광하는 것일까.



1. 반복되는 현상: 허니버터칩부터 포켓몬 빵까지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거쳤다. 2014년, 온 나라를 편의점 물류 차량 뒤편으로 헤쳐 모이게 했던 허니버터칩이 그 시초였던 것 같다. 과자 한 봉지를 구하기 위해 온 동네 편의점을 뒤지고, 구했다는 인증샷이 훈장처럼 떠돌았다. 하지만 정작 과자를 먹어본 뒤의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맛있긴 한데, 이 정도까지는….”


몇 년 전 다시 불어닥친 포켓몬 빵 대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빵의 맛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든 ‘띠부씰’ 한 장을 위해 열심히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빵은 부차적인 재료였고, 진짜 목적은 수집과 인증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스티커만 모으고 빵은 버리기도 했다. 그다지 맛있는 빵은 아니었긴 했다.


지금의 두바이 쿠키 열풍 또한 그 궤를 같이한다. 카다이프라는 생소한 재료의 희소성, 그리고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결핍 마케팅이 만나면서, 맛의 본질보다는 ‘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2. 맛이 아닌 놀이의 소비


이 현상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하나다. 사람들은 이제 음식을 맛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우리는 ‘유행이라는 놀이’에 참여하는 입장권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일부러 유행을 만들어 즐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꽤 합리적이다. “나 이거 먹어봤어”라고 말하는 순간 생기는 대화의 주도권, “요즘 유행하는 그거 말이지?”라며 동참할 때 느끼는 소속감. 현대인들에게 대란템은 단순한 기호 식품이 아니라 사회적 언어이자, 지루한 일상을 달래주는 가장 가성비 좋은 엔터테인먼트다.


맛이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기대치는 이미 SNS의 화려한 필터와 ASMR 소리로 인해 천장을 뚫고 올라갔지만, 혀가 느끼는 물리적인 맛은 결국 밀가루와 설탕, 버터의 조합일 뿐이기 때문이다.



3. 상향 평준화된 디저트 시장의 역설


사실 요즘 웬만한 수제 디저트 샵의 수준은 이미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굳이 두쫀쿠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충분히 훌륭한 쿠키가 널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두쫀쿠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제 소비자에게 ‘맛있음’은 기본 옵션일 뿐 그 이상의 ‘스토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구하기 힘들다’, ‘중동에서 온 재료다’, ‘소리가 독특하다’는 스토리가 덧입혀질 때, 평범한 쿠키는 비로소 특별한 ‘경험’으로 탈바꿈한다. 우리가 지불한 비용에는 쿠키 원재료비뿐만 아니라, 그 놀이에 참여하기 위한 일종의 ‘참가비’가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4. 두쫀쿠는 두쫀쿠, 나는 나


유행은 파도와 같다. 요란하게 밀려왔다가 어느 순간 소리 없이 빠져나간다. 허니버터칩이 마트 매대에 흔해졌을 때 우리가 그 맛을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듯, 두바이 쿠키 역시 조만간 동네 빵집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메뉴가 될 것이다.


사실 사람들의 이 거대한 소동을 지켜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남들이 다 해보는 걸 나도 해보고 싶어 줄을 서는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사실 나는 그런 열풍에 휩쓸리는 타입은 아니다. 남들이 "지금 이걸 먹어야 한다"고 외칠 때,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익숙한 맛을 찾아 발길을 돌리는 쪽이 더 편안하다.


오늘 맛본 두쫀쿠는 달콤했고, 그 소동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는 화려한 유행의 맛보다, 언제 가도 변함없는 맛을 내어주는 나의 오래된 단골집이 더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을 뿐이다.


다음에 또 새로운 ‘대란템’이 등장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대도, 아마 나는 여전히 그 대열 밖에서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을 것 같다. 남들의 인증샷 속 맛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아는 확실한 취향을 즐기면서 말이다. "다들 즐거워 보이네, 그럼 됐지."라는 무심한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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