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안의 생각장난-32-

관광과 여행

by 생각소년 김영안


새벽달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다고

나의 시간을 동정하지 말아요.


나에겐 매일


못주머니와

망치걸이 벨트를 차고 가는

친구가 있어요.


-


그리스의 코린토스 운하에 갔다.

에게해와 이오니아해를 연결하는 운하로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와 함께

세계 3대 운하다.


나는 이것을 파낼 때의 노동에 대해

깊은 사념에 휩싸였다.


삽과 곡괭이와 들것과

그들이 먹었을 점심과

부러졌을 뼈,


몇 시간이고 넋을 바치고 싶었다.

혼자 울어서라도

내가 그들의 편임을 알리고 싶었다.


일행들이 보챘다.

"뭐 볼 게 있어 여길 데리고 왔냐"


그냥 갈 수도 없고

다시 올 수도 없고


나는 여러 장 사진을 찍으며

미안한 작별을 했다.


호주의 동물원에 갔을 때도 그랬다.

일행 중 한 명이

무슨 동물원에 사자가 없냐는 거였다.

호랑이도 없고 코끼리도 없고 하마도 없다고.


캥거루, 코알라, 왈라비

호주 대륙의 동물들만 있었는데 나는 이곳의 최고 고등 동물이 캥거루라는 걸 아는 순간, 번뜩했다.


타 대륙과 고립 독자 진화했거나 퇴화했을 것이고 이놈이 뒷다리만 쓰는 것으로 보아 대륙은 평원일 것이다.


보기 위해 다니는 것은 관광이다.

여행은 생각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관광은 풍경을 소비하는 것이다.

여행은 자기를 소모해 생각을 채우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개인 박물관 갔을 때 불현듯 나타난 박스 앞에 앉아 두 시간을 쓴 적도 있다.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돌도끼와 돌칼,

나무괭이


끝없었을 풀뿌리와의 싸움

사랑했을 밤의 행복,

그런 만감이 나를 감았다.


표류해서 왔든

신천지를 찾아서 왔든

이 섬에 사람이 상륙한 것은 불과 천 년이다.


종자는 어디서 구했으며

큰 나무는 어떻게 베었을까?

곡식이 여물기를 기다리다 죽은 사람은 없을까.


나에겐 당신들이 성인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

금요일 저녁 술 먹으러 가는 사람.

작가의 이전글김영안의 생각장난-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