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 시대, 당신의 욕망을 파고드는 덫

시세조종과 리딩방의 늪을 지나, Go to the Moon!

by Nolan Kim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우리 아버지는 삼성전자 ‘90층(9만 전자)’에 물리고 말았다. 그리고 하염없이 애타게 구조대만을 기다리셨다. 6만 전자와 7만 전자의 늪에서 횡보하던 삼성전자는 2026년 2월 23일 현재, 무려 19만 3천 원을 돌파했다. 아버지는 요즘 스마트폰 주식 창만 켜시면 부처님처럼 자비스러운 미소를 지으신다.


90층에 감금되어 있던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텐데, 나에게는 내색 한 번 없으셨다. 나는 아버지가 진작에 손절하고 파신 줄 알았는데, 그 오랜 세월을 묵묵히 ‘존버(끝까지 버티기)’ 하셨던 것이다.


수익률이 100%를 훌쩍 넘어갔고 굴리는 금액도 나름 쏠쏠해진 덕분에, 아버지는 요즘 차를 바꿀까 즐거운 고민 중이시다. 5년 만에 구조대를 만났으니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매도 버튼을 칠 만도 한데, 아버지는 지금까지 어금니 꽉 깨물고 버티신 뚝심을 발휘 중이시다. 요즘 그랜저를 살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 옵션을 어떻게 넣을지 '행복한 고민 중독'에 빠져 계신다.




주식 ‘장기 투자’는 대형주가 정답이다

18년 동안 금융권에서 주식 시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나였지만, 지금과 같은 장세는 정말 난생처음이다. 불과 반년 만에 지수가 2배로 수직 상승하는 이 ‘초슈퍼 상승장’은 눈으로 보면서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만년 박스권에 갇혀 2천 포인트를 왔다 갔다 하던 코스피가 지금은 6천 포인트를 넘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AI 붐의 열기가 도무지 꺼질 기미가 안 보여서, 이 미친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안 된다. 이러다 정말 ‘150만 닉스’와 ‘30만 전자’까지 가는 건 아닐까? 아무튼 경이로운 시장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슈퍼 상승장 속에서도, 소외된 테마주에 물려 고통받는 개미들은 여전히 많다. "이 회사는 조만간 대박이 난다"는 뜬소문을 믿고 오래오래 장기 투자를 하지만, 계좌는 퍼렇게 멍든 분들을 수도 없이 봤다. 그나마 회사가 상장 유지라도 하고 있으면 다행이다. 소리 소문 없이 상장폐지가 되어 휴지 조각이 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주식판에서 장기 투자를 하려면 무조건 펀더멘털이 튼튼한 '우량 대형주'가 정답이다. 그리고 당신의 계좌를 지키기 위해, 아래와 같은 케이스는 무조건 피하길 바란다.




기업 사냥꾼의 ‘무자본 M&A’ 테마주는 쳐다보지도 마라

코스닥 시장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시세 조종이라 불리는 이른바 ‘작전주’들의 패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M&A(인수합병)를 앞세운 기업 사냥꾼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주가를 띄우기 위해 뜬금없이 핫한 신사업(자율주행, AI, 2차전지, 신약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한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주식으로 한탕 크게 해 먹고 튀는 일명 ‘무자본 M&A 먹튀’ 수법은 업계에서는 너무나도 흔한 패턴이다. 그런데 연일 상한가를 찍으며 폭등하는 차트에 현혹되어, 홀린 듯이 매수 버튼을 누르는 불나방들이 항상 존재한다. 너무나도 뻔한 작전이지만, 사람들은 허황된 단기 수익률을 꿈꾸며 이런 급등주에 기꺼이 돈을 던진다. 절대 투자하면 안 된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 "우리 내일부터 역대급 신사업 합니다!"라고 떠들던 회사치고 그 끝이 좋았던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니 주인이 바뀐 회사가 갑자기 신사업을 들먹인다면 무조건 합리적 의심부터 하자.




리딩방은 절대 당신의 계좌를 리딩해 주지 않는다

최근 엄청난 수익을 보장한다는 ‘리딩방’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사기인데, 여기에 당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어렵게 정황을 파악하여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고객님, 혹시 리딩방 사기를 당하고 계신 것 아닐까요?"라고 조심스레 문의하면, 피해자들은 오히려 "지인한테 돈 빌려준 건데 금융사가 무슨 참견이냐!"며 불같이 성을 낸다. 이 역시 리딩방 사기꾼들에게 철저하게 세뇌당한 전형적인 패턴이다. 금융회사에서 확인 전화가 오면 어떻게 둘러대야 하는지까지 친절하게 대본을 짜주는 사기꾼들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리고 불과 며칠 뒤, 그 피해자는 다시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피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한다.)


이성을 되찾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며칠 만에 내 돈을 2배, 3배로 불려줄 수 있는 기막힌 비법이 있다면, 왜 쌩판 남인 당신에게 그 정보를 알려주겠는가? 나라면 그 비밀을 꽁꽁 숨긴 채 대출까지 영끌해서 나 혼자 오롯이 그 수익을 독식할 것이다. 리딩방은 '집단 지성'이라 다르다고? 방장이 자기 계좌의 수익률 인증샷을 보여줬다고?


길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5만 원권 지폐는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상식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나에게만 찾아오는 행운이란, 이 냉혹한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판타지다. 누군가 나에게 갑자기 비싼 소고기를 사준다면 "이 사람이 나한테 무슨 청탁을 하려는 거지?" 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말도 안 되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며 거액을 이체하라고 꼬드기는 전화를 받았다면, 그 즉시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 달콤한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심각한 '뇌 수술(세뇌)'을 당하게 된다.




우리 안의 ‘욕망’을 조심하자

허황된 수익률을 쫓는 피해자의 수요와 그 틈을 파고드는 범죄자의 공급이 만나 최악의 금융 사기가 발생한다. 즉,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튼 ‘일확천금의 욕망’이 이런 비극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스스로 허황된 욕망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에는 애초에 당할 일이 없는 것이 뼈아픈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 끝없이 꿈틀대는 욕망을 잘 다스려야 한다. 주식 시장의 광기와 공포는 역사적으로 늘 반복되어 왔고, 나는 그 사이클 속에서 주식으로 조기 은퇴를 이룬 사람부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까지 숱한 케이스를 지켜보았다. 시장의 무서움과 인간의 욕망이 빚어내는 파국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나 자신부터 철저히 경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연 10% 정도의 현실적인 수익만 추구하자"는 나만의 철칙을 세워두고 지켜나가는 중이다. (물론 2025년과 2026년의 비정상적인 폭등장 덕분에 연 10% 수익 목표는 일찌감치 조기 달성하긴 했지만 말이다.)


가슴은 뜨겁게, 하지만 머리만은 언제나 차갑게. 주식 시장에서는 항상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


오해하지 마시라. 내 말이 곧 주식 투자를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주식이야말로 건실하게 성장하는 기업에게는 훌륭한 자본 조달 창구가 되고, 투자자는 그 성장의 과실을 합법적으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자본주의 최고의 ‘발명품’이니까.


특히나 높은 실업률과 미쳐버린 집값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들에게, 올바른 주식 투자는 내 집 마련과 경제적 자유를 향해 달리는 유일한 '특급 티켓'이 될 수 있다.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부디 젊은 세대들이 올바른 투자로 모두모두 달까지 갔으면 좋겠다.


Go to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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