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태블릿 병' 말기 환자를 위한 현실적인 크기 처방전
혹시 지금 불치병이라는 '태블릿 병'에 걸렸는가? 이 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태블릿을 결제하는 것뿐이다. 치료법 자체는 아주 간단하지만, 그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가 하나 남는다. 바로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보다 고르기 어렵다는 ‘대체 어떤 크기의 태블릿을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태블릿이 무엇인지 사전적 의미부터 짚어보고, 우리가 태블릿으로 하는 행위(?)에 따른 최적의 사이즈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태블릿의 정의 (출처: 위키피디아) 태블릿 컴퓨터(tablet computer)는 자판이나 마우스가 아닌 스타일러스, 디지털 펜, 손가락을 주된 입력 장치로 사용하는 평평한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컴퓨터를 가리킨다. (중략) 대각선으로 측정한 화면이 18 cm(7인치) 이상으로 스마트폰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크고 무선 네트워크에 액세스할 수 있는 권한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
사전적 정의는 참으로 구구절절하다. 쉽게 말해 '키보드 없는 화면 큰 스마트폰'이라는 뜻이다. 자, 그럼 우리는 이 비싼 판떼기(?)로 대체 무엇을 할까?
1. 문서 보기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9.7인치 화면을 고수했는데, 이는 책 한 페이지의 크기와 유사하다. 아마도 잡스는 학생들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고 편하게 교과서 및 도서를 읽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대학생들에게 아이패드는 거의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최적의 문서 보기 크기는 무엇일까? 아이패드(미니, 에어, 프로 12.9 등), 갤럭시탭(기본, 플러스, 울트라), 미패드(8인치), 심지어 폴드5까지 두루두루 써본 필자가 내린 결론은 ‘그때그때 달라요’ 되시겠다.
만약 e-pub 형식의 전자책(밀리의 서재 등)을 본다면 8인치 기기가 가장 좋다. 한 손에 들고 보기에도 편하고, 일반 소설책 크기와 유사하여 진짜 책을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공 서적 등 PDF 파일을 볼 때는 어떨까? 최소 11인치 이상이 되어야 한다. 8인치는 텍스트 위주의 소설책 PDF 정도까지만 겨우 커버가 가능하고, 그 이상의 서적은 글씨가 작아 볼 수가 없다. 특히 2단으로 나뉜 논문이나 빽빽한 전공 서적은 절대 불가다. 그러니 최소 11인치는 되어야 하며, 책처럼 ‘양면 보기’를 원한다면 13인치가 정답이다. (갤탭 기준으로는 플러스 이상, 울트라도 좋다.)
요약하자면: e-pub 전자책은 8인치, PDF 문서는 최소 11인치, 양면 보기는 13인치다.
환경에 따라: 지하철 등 이동하면서 문서를 보겠다면 무조건 8인치가 정답이며, 11인치는 자리에 앉았을 때나 볼 수 있다. (이동 중에 굳이 PDF를 봐야겠다면, 8인치 태블릿으로 화면을 이리저리 꼬집어 확대하며 스크롤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2. 학습 (인강 및 자격증 공부)
태블릿으로 각 잡고 공부를 하시겠다? 일단 조언하건대, 진짜 공부는 종이책으로 하자. 필자가 자격증 공부를 아이패드 에어로 해본 적이 있는데, 눈으로는 분명 읽고 있는데 머릿속에는 하나도 남지 않는 기묘한 ‘느낌적 느낌’을 겪었다. 너무 늙어버린 내 뇌세포 탓이라고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억울하니까! (그래도 해당 자격증은 당당히 합격했다.)
그래도 굳이 학습을 위해 태블릿을 사야겠다면 최소 11인치 이상은 되어야 한다. 실제 책을 보는 느낌으로 양면 보기를 하거나, 화면을 분할해 한쪽에 학습 영상을 틀어놓고 공부한다면 무조건 13인치다. (이때는 갤탭도 울트라 모델을 추천한다. 정 안 되면 플러스 모델과 타협은 가능하다.)
결국 일반적으로 학습용 태블릿의 최선은 13인치다. 만약 본인이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도 인강을 듣고 필기를 하는 상위 1%의 독한 학생이라면 11인치를 사달라고 조르자. 상위 1% 학생이라면 부모님이 뭘 못 사주시겠는가. (아님 말고.)
3. 영상 감상
지금까지 아이패드를 기준으로 설명했다면, 영상 감상 영역에서는 ‘갤탭’이 절대적인 기준이다. 16:10의 화면비는 갤탭이 영상 감상에 얼마나 최적화된 기기인지를 방증한다. 아이패드는 기본적으로 4:3 비율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영상을 틀면 위아래로 까만 레터박스가 태평양처럼 생겨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TV는 거거익선(巨巨益善)이라는데, 영상 감상용 태블릿도 무조건 큰 게 답일까? 필자의 생각은 ‘NO’다. 만약 들고 다니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본다면 8인치가 답이다. 이상하게도 삼성전자에는 쓸만한 8인치 태블릿 라인업이 전멸했다. 폴드를 사라는 무언의 압박 같은데, 정 아쉽다면 레노버 Y700이나 올도큐브(ALLDOCUBE) 같은 가성비 중국산 8인치 패드를 활용하면 된다.
요약하자면: 이동하면서 볼 거면 8인치 셀룰러(LTE/5G) 모델, 책상에 거치해 두고 시즈 모드로 볼 거면 13인치(패드) 혹은 갤탭 울트라가 정답이다.
4. 게임
안드로이드 진영이라면 새로나온 레노버 Y700 8 Gen 3 버전을 사면 된다. 애플 진영이라면 조만간 새로 나올 아이패드 미니를 구매하자. 게임은 무조건 8인치가 정답이다. Period. 더 이상 반박은 받지 않겠다.
이동하면서 게임을 하려면 셀룰러 모델이 좋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8인치 고성능 셀룰러 모델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고 저렴한 올도큐브 류는 사지 말자. 예전에 아들에게 쥐여줬다가 로블록스마저 뚝뚝 끊긴다며 엄청난 짜증을 들어야 했다. Y700에 스마트폰 핫스팟을 물리거나, 아이패드 미니 셀룰러 모델을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5. 창조적 활동 (그림, 음악, 영상 제작, 사진 편집 등)
뼛속까지 문과 출신인 나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데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바에 따르면 이 분야의 답은 정해져 있다. 최신형 13인치 아이패드 프로로 가면 된다. 어차피 100% 시즈 모드(책상에 거치해서만 사용하는 상태)로 쓸 것이기 때문에 광활한 13인치가 정답이며, 이런 창작용 앱들의 퀄리티나 최적화는 애플 생태계가 안드로이드를 압도한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냥 돈 모아서 아이패드 프로 13인치 사자. 끝.
결론: 그래서 뭘 사라고?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내가 태블릿으로 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최적의 크기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니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내가 이걸로 대체 뭘 하려는 건지 곰곰이 생각부터 해보자.
그럼에도 도저히 결정을 못 내리겠다고? "이럴 거면 왜 이따위 글을 쓴 거냐?"라고 화를 내실 분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필자의 최종 결론을 말씀드리겠다.
가장 완벽한 해답은 '8인치 + 13인치'의 조합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현존하는 최선의 세팅이다. 거의 모든 영역이 다 커버된다. 이동할 때의 편리함과 각 잡고 앉아서 하는 행위(?)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갤럭시 생태계: Z폴드 + 갤탭 플러스 (개인적으로 울트라는 너무 커서 추천하지 않는다)
애플 생태계: 아이패드 미니 + 13인치 아이패드
물론 이렇게 기기를 두 대나 운용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딱 하나의 태블릿만 사야 한다면 11인치를 추천한다. 8인치를 사면 책상에 앉았을 때 화면이 아쉽고, 13인치를 사면 들고나갈 때마다 무거워서 후회하기 때문이다. 11인치는 게임, 영상, 문서 작업 모두에 살짝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못 할 것도 없다. 골고루 평타는 친다.
참고로 본인은 현재 '폴드'와 '갤탭 플러스'를 운용하고 있다. 8인치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합쳐놓은 이 혁신적인 폼팩터(폴드)를 만들어 놓고도 이렇게나 장사를 못 하는 삼성을 보고 있으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그런데 반도체가격 급등으로 주가가 20만원까지 오르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90층에 있다가 구조대가 왔다며 기뻐하시는 중이다)
아무튼 넋두리가 길었는데, 태블릿 구매를 앞두고 사이즈 결정 장애가 왔다면 무리해서라도 '8인치(혹은 폴드) + 13인치급 콤보' 구성을 적극 추천한다.
태블릿 병 완치를 기원하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