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평범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법
내가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며 매번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인용했던 문구가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너무나도 흔해 빠진 격언이지만, 그 당시에는 이 말이 참 멋져 보였다. ‘맨큐의 경제학’과 거시·미시 경제학을 파고들던 나는 스스로를 경제학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내 주변 대학 친구들은 모두 경제학을 어려워했지만, 나는 너무나 재미있었고 말 그대로 학문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구가 나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말이라 굳게 믿고 자소서 첫 줄에 성실하게 적어 넣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낙방이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다른 학생이 쓰고 있던 자기소개서를 슬쩍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그의 모니터에는 내 것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자소서가 띄워져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의 차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대개 멋진 일이다. 그리고 돈도 많이 버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 냄새가 나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과거 대만식 대왕 카스테라가 그랬고, 요즘 반도체와 쌍두마차를 달리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도 마찬가지다. 돈이 좀 된다 싶으면, 그리고 밖에서 보기에 좀 있어 보인다면 너도나도 뛰어든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한다. "이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에요!"라고.
하지만 진짜 냉정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과연 내가 그 일을 처음부터 그렇게 간절히 하고 싶었을까? 정말로 내가 처음부터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일이라면, 아마도 그 '두쫀쿠'를 이 세상에 제일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나였어야 정상이다. 즉,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면 이미 그 분야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하기까지’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전혀 엉뚱한 다른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런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 역시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아니, 확고하게 후자에 속한다고 해야 맞다.
IB, 애널리스트, 벤처캐피탈(VC), ‘실적 1위 PB’를 좋아한다는 착각
나도 한때는 누구보다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었고,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2017년부터 휘몰아친 부동산 광풍에 몸을 싣고 화려한 IB(투자은행) 업무도 해보고 싶었다. 인센티브로만 분기에 수억 원씩 쓸어 담는 영업맨들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씩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건 IB였어." 그리고는 불나방처럼 모두 IB 부서로 지원서를 던졌다.
실제로 2023년까지는 다들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IB 부문 실적이 악화되자 수많은 인원이 하루아침에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영업 직원들은 주로 계약직 신분이었기에,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가장 먼저 가차 없는 ‘계약 해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장 핫한 분야에 불나방처럼 뛰어들 때, 나는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난 나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게 끔찍하게 힘들고 어색하다는 것을 말이다. 타고난 굳은 인상과 딱딱한 언행은 나를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MBTI로 따지자면 극 ‘I(내향형)’와 극 ‘T(사고형)’의 표본이었다.
결국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 바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엔 컴플라이언스라는 단어의 뜻조차 제대로 몰랐다. 그런데 막상 팀에 배치되어 일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내가 이 일을 꽤 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일이 엄청나게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너는 이 업무가 아주 찰떡이다"라는 평가를 자주 듣곤 했다.
공교롭게도 대학 시절 내가 제일 혐오했던 과목이 ‘법’이었는데, 그 법이 결국 나의 든든한 밥줄이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독하게 마음먹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하며 대학원에 진학해 법학을 공부했다. 학창 시절엔 쳐다보기도 싫었던 법이지만, 그것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을 때는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학원 수업을 들으러 갈 때면 "내가 법이라니…" 하며 진한 '현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묵묵히 버텼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 선택은 내 인생 최선의 한 수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커리어는 흔히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들 한다. 내가 아무리 가고 싶은 분야가 있어도, 결국 그 필드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주고 끌어주지 않으면 진입조차 안 되기 때문이다. 즉,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눈이 멀어 몰두하다 보면, 정작 타인의 객관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나 '내가 제일 잘할 것 같은 일'을 지나쳐버리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해야 이 냉혹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만약 그 치열한 고민 끝에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찾았다면, 설령 그 일이 당장 재미없고 싫더라도 악착같이 매달려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전문 자격증을 따고 피곤함을 무릅쓰며 대학원에 다녔던 나처럼 말이다.
당신이 지금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그런데 그 일을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하기까지 하는가? 진심으로 축하한다. 세상에 이런 엄청난 복이 또 없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계속 그 길로 직진하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99%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그저 평범한 수준으로 해낸다. 마치 농구의 신이었던 마이클 조던이 굳이 야구를 하겠다며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던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허상을 쫓기보단 진지하게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분야, 돈벌이가 되는 분야, 시장성이 있는 무기를 찾아야 한다.
남들이 돈 냄새를 맡고 불나방처럼 우르르 몰려갈 때, 냉철하게 자기 객관화를 하자. 그리고 내가 진짜 ‘잘하는 분야’에 깃발을 꽂자.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