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이 절대 모르는 '회사'의 진짜 얼굴

제발 그 입 좀 열지 마! 착각의 늪에 빠진 신입사원을 위한 현실 조언

by Nolan Kim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분들에게 짧은 가이드를 드리고 싶다. 그저 나이 먹은 사람의 꼰대 짓이 아닌, ‘나 같은 착오를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글이다. 그러니 조금만 시간을 내어 읽어보시길 당부드린다.




사회초년생의 실수 1. 회사를 너무 믿는다.

요즘 20대는 정직함과 솔직함을 최선이라 믿는다. 그래서일까? 회사에서도 지나치게 솔직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회사에 드러낸다.


오해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회사’는 인사팀이나 주요 경영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 곁에 있는 ‘회사 사람’ 전체를 통칭한다.


회사는 법인(法人)이다. 법인격이기에 주체가 모호하다. 법적으로는 개인과 동등한 권리를 갖지만 정작 실체는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사회초년생들은 흔히 '주요 요직에 있는 사람만 조심하면 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진실은 다르다. 회사에서 사귄 친한 동료도, 직속 사수도, 팀장도 모두 결국엔 ‘회사’다.


주변의 모든 사람을 ‘회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에게 무심코 털어놓은 이야기는 돌고 돌아 반드시 인사팀과 경영진의 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도, 인사팀이나 임원이 “OOO 대리, 요즘 어때?”라고 물어보면 평소 갖고 있던 인상과 평판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험담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윗선에서는 더욱 ‘요주의 인물’로 간주하고 알게 모르게 평판 조사를 진행한다. 결국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뱉었던 ‘솔직한 이야기’가 엄청나게 무서운 부메랑이 되어 내 목을 겨누게 된다.


"우리 회사 인사 시스템,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어젯밤에 내가 OOO 사원이랑 무슨 일이 있었냐면…"

"OOO 차장님 얼굴 진짜 너무 자유롭지 않아? 푸하하하."

"딱 돈 받는 만큼만 해! 넌 뭘 그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사냐?"

"내가 주말에 홀덤 쳐서 얼마 벌었게? 아수라 발발타~"

"사실 나한테 정말 말 못 할 고민이 있는데..." (제발 그 입 좀 열지 마라!)


이런 지나친 솔직함은 훗날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니 회사에서는 일과 관련된 소통에 집중하고, 사적인 감정이나 속마음을 늘어놓는 일은 최대한 자중하는 것이 좋다. 회사와 나의 관계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 철저한 계약 관계다. 이런 일터에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본심을 드러낸다면, 인사팀은 당신의 이름을 조용히 ‘정리 대상’ 리스트에 올려놓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귀하는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라는 서늘한 이메일을 받고 싶지 않다면, 회사에서의 그놈의 '솔직함'은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그 에너지를 꾸준한 자기계발에 쏟자.




사회초년생의 실수 2. 조직의 리더를 적군으로 만든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직괴(직장 내 괴롭힘)’가 핫이슈다. 마치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단죄하는 만능 치트키처럼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회초년생이 이 제도를 무기 삼아 조직의 리더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믿는 눈치다. 여기서 또 한 번 오해하지 마시라. 명백한 범죄 행위(성희롱, 욕설, 폭력 등)가 아니라면, 조직의 리더는 저항하고 들이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든 내 편으로, 든든한 아군으로 만들어야 할 사람이다. 요컨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조직의 리더(팀장)를 섣불리 무시하거나 적으로 돌리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런 능력도 없어 보이는 저 사람은 도대체 어쩌다 팀장이 되었을까?'

살다 보면 진심으로 아부와 사내 정치만 기가 막히게 해서 그 자리에 오른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뼈아프게도 그것 역시 '능력'이다. 그런 기교만으로 팀장이 될 수 있는 조직이라면, 당신의 회사는 애초에 그런 성향의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나도 그 조직에 맞춰 적당한 처세를 익히든가, 아니면 절이 싫은 중이 되어 떠나든가. 메탈리카의 명곡 제목은 직장 생활에서도 항상 옳다. “Sad But True(슬프지만 진실이다).”


경영진이 수많은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과 인성을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회사는 자신들이 임명한 조직의 리더를 통해 개인을 평가한다. 팀장들에게 막강한 인사고과 권한이 쥐어지는 이유다. 자, 그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험난한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나는 팀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A: "우리 팀장은 무능하니까, 어떻게든 흠을 잡아서 자리에서 끌어내려야지."

B: "우리 팀장은 무능하니까, 내가 업계 이슈를 빠르게 챙겨드려서 다른 데 가서 망신당하시지 않게 서포트해야지."


팀장이 아무리 무능하고 눈치가 없어도, 위의 A와 B는 기가 막히게 구분해 낸다. 나를 찌르려는 자와 지켜주려는 자를 알아보는 본능적인 피아(彼我) 식별 능력만큼은 최신 AI보다도 정확하다.


그래서 연말연시 인사 시즌이 오면, 팀장은 항상 ‘A’를 방출 명단(이적시장)에 1순위로 올린다. 겉로는 화려한 포장과 그럴싸한 명분을 둘러대며 다른 팀으로 기꺼이 떠넘긴다. 결국 짐을 싸게 된 A는 팀장에게서 늘 비슷한 위로를 듣는다. "회사에서 장기근속자 순환보직 지침이 세게 내려왔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네가 1순위 대상자가 되었네."


신기하지 않은가? 왜 항상 이런 통보는 나만 받는 걸까? 내가 없으면 당장 팀이 안 돌아갈 것 같고, 나를 정말 든든한 오른팔로 여기는 팀장이라면 저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진짜 인사팀에서 그런 강제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팀장은 자기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B’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방어막을 친다. 대신 팀에서 가장 껄끄러운 사람(A)을 내보내는 카드로 쓴다.


그러니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자꾸 '순환보직'이나 '새로운 기회'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번번이 진급에서 누락된다면, 억울해하기 전에 ‘혹시 내가 그동안 A처럼 행동한 건 아닐까?’ 하고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팀장은 무조건 일만 잘하는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원한다. (물론 일을 압도적으로 잘하는 것이 그 도움이 되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조직의 리더는 내 편, 즉 든든한 아군으로 만들어 두어야 한다.




사회초년생의 실수 3. 놀고 편하게 쉬려고만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평범한 학벌을 딛고 치열한 금융권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교 4학년 때는 매일 아침 9시까지 도서관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집에서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거리였지만, 매일 졸린 눈을 비비며 중앙도서관 지정석을 지켰다. 토 나오는 토익 공부와 각종 금융 자격증을 준비하고, 알 수 없는 그래프들을 수도 없이 그려가며 경제학을 팠다. 그렇게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으니, 막상 취업 문을 통과하고 나면 무서운 보상심리가 작동한다. 그저 맘 편히 놀고 쉬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입사 후 맞이한 첫 여름, 나는 내 파티션에 당당하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라인업 포스터를 붙여 놨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을 걷어차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지나가던 실장님은 그 포스터를 유심히 쳐다보고 가셨고, 이후 내가 올린 보고서는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무한 트집의 대상이 되었다. 실장님의 집요한 갈굼에 멘탈이 너덜너덜해졌음에도, 나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업무 시간에 딴짓을 했다. 모니터 한편에 커뮤니티 창을 띄워놓고 당당하게 웹서핑을 하며 댓글을 달곤 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나는 앞서 말한 ‘A’급 관심 병사가 되었고, '너에게만 주는 특별한 기회'라는 허울 좋은 명목 아래 근본 없는 신규 조직이나 한직을 전전해야 했다. 당연히 대리 진급은 3번이나 물을 먹었다. 바닥을 치고 나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 이러다간 내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결혼조차 못 하겠구나.' 생존에 대한 뼈저린 공포감이 비로소 나를 바꿔 놓았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했으니 얼마나 놀고 싶겠는가. 그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절대 그 마음을 티 내선 안 된다. 오히려 악착같이 일에 몰두하고, 선배들의 노하우를 스펀지처럼 빨아먹어야 한다. 노는 건 회사가 아닌 집에서, 철저히 개인의 휴식 시간에만 해야 한다. 나처럼 정신 줄 놓고 회사에서 유희를 찾는 신입사원은 얼마 못 가 피눈물 나는 인사평가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그러니 끓어오르는 유흥의 본능을 잠시 접어두고, 진부한 말이지만 끝없이 자기계발을 이어나가야 한다.


위 세 가지가 바로 어리석었던 내가 직접 온몸으로 부딪히며 겪었던 실수들이다. 그리고 그 대가(代價)는 실로 혹독했다. 퇴사 직전의 벼랑 끝에 몰려서야 ‘독서’를 통해 이 진리들을 깨우쳤고, 간신히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그 처절한 반성과 변화 덕분에, 꼴찌를 다투던 내가 지금은 입사 동기 중 가장 먼저 ‘팀장’ 타이틀을 달았다.


나는 지금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끊임없이 배운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며, 외부 교육 기관을 기웃거리며 실무 지식을 흡수하고 있다. 적당한 처세와 유연한 대인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롱런을 위해 결국 마지막에 남는 무기는 오직 '실력'뿐이다. "왜 그 자리에 하필 그 사람이 필요한가?"라는 서늘한 질문 앞에 스스로 당당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나와 똑같은 헛발질을 하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가 하루빨리 정신을 번쩍 차리길 바라며, 부끄러운 고해성사 같은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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