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처음' 스타트업 미팅

by 제이순

지자체가 주최한 스타트업 행사에 참석했다. 늘 익숙한 얼굴들 속에서 새로운 회사를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설렌다. 특히 평소 다루던 섹터가 아닌 전혀 다른 섹터의 회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생소함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행사장 한쪽에 비치된 브로셔를 훑어보다가, IR 발표를 기다린다. 오늘 무대에는 오랜 경력의 기운이 느껴지는 50대 대표님이 서 계신다. 반면 회사는 투자 유치 초기 단계 기업이다. 발표를 마친 대표님을 1:1 미팅 자리에서 마주했다. 나는 늘 그렇듯 기본적인 질문부터 던진다.

“창업 배경은 어떻게 되시나요? 설립일자는요? PoC 검증은 어느 정도 되셨습니까?”

그리고 가장 궁금한 질문. “기존 투자자는 어디입니까?”

이 질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단순히 누가 돈을 댔는지를 묻는 게 아니다. 초기 투자자가 누구인지 알면, 그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했는지, 어떤 네트워크 안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많은 초기 기업들이 ‘TIPS 프로그램’을 하나의 마일스톤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어떤 하우스가 초기 자금을 넣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포인트다.

“지금 지분율 구성은 어떻게 되세요?”

“제가 100%입니다.”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아직 단 한 번도 투자를 받은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대표님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투자를 받기 위해 이런 행사에 참석한 게 처음이에요. 이렇게 크게 할 줄은 몰랐네요.”

행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지자체 고위 인사들이 자리했고, 무대 세팅도 완벽했다. 발표를 들었을 때 ‘처음이라니 믿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끄러웠다. IR 자료도 처음 만들었다고 했지만, 완성도가 꽤 높았다. 알고 보니 사전에 코칭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이익도 나고 계신데, 투자는 왜 필요하신가요?”

“매출채권 회전율이 너무 깁니다.”

짧은 대답이지만 명확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지금 단계에서 투자를 검토하기는 어려웠다. 투자라는 건 결국 ‘핏(fit)’의 문제다. 자금의 성격, 회사의 성장 단계, 그리고 목표의 속도가 맞아야 한다. 이 회사는 아직 시드 단계에 가깝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조언뿐이다.

나는 회사가 설정한 마일스톤을 함께 다시 짚어보고, 투자 유치를 위해 각 단계마다 가져야 할 ‘엣지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단기 목표에 과도하게 집중하지 말고, 자금이 들어왔을 때의 실행력을 보여줄 준비를 하라고 조언했다.

미팅을 마치며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초기긴 하지만 그 어떤 투자 없이 지금까지 회사를 키웠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난 대표님은 ‘투자의 세계’로 막 첫발을 내딛은 분이었다.

그 첫걸음이 두렵지 않기를,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투자자들 중에서 회사의 진짜 ‘동반자’를 찾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초기 투자의 시작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늘 나는 잠시나마 그 이야기의 시작점 옆에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