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설득력 있는 IR

by 제이순

IR은 발표하는 회사만 긴장하는 것이 아니다. IR 진행을 내부에 허락 받은 심사역도 손에 땀을 쥔다. ‘한 번 들어 보지 뭐’ 같은 가벼운 IR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가 무대에서 기술과 사업을 말할 때, 무대 뒤에서는 심사역이 exit 시나리오와 회수 구조를 꿰매듯 정리한다. 심사역도 IR이라는 공연에서 대본을 작성한다.


"저희 IR 시작 10분 전에는 도착해 주세요"


사전에 미리 Tip 을 줬던 내용을 다시 리마인드 한다.


"우리 기업이 지금 late stage 이기 때문에 기술성에 대한 부분 보다는 사업성과에 대한 부분을 더 중점 주시고요. 참석하시는 모든 분이 우리 회사의 시장 sector 를 모두 이해하시는 분들은 아니기 때문에 회사 기술 설명은 조금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IR 을 진행하기 몇 주전, 첫 만남에서 심사역은 3자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진다. 때론 불편할 만큼 날카롭다. 회사 입장에선 “우리를 왜 그렇게밖에 보지?”라는 오해가 싹틀 수 있다. 하지만 IR이 시작될 때, 심사역은 서로를 바라보던 사이에서 같은 방향을 보는 동료가 된다. 이때 쏟아지는 IR 팁은 응원가이자 가이드북이 된다.

발표는 예행연습대로 흘러간다. 시간은 적정하고 객석을 슬쩍 보면 몇 명은 고개를 위아래로, 몇 명은 좌우로 끄덕인다. 위아래가 많으면 베스트, 좌우가 많으면 아직 설득의 여지가 남았다는 뜻이다.

한 시간 남짓 발표가 끝나고 Q&A가 열린다. 예상 리스트에서 질문이 줄줄이 나온다. 이 정도면 쪽집게 과외다. 답변이 오갈수록 이번엔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방 안의 공기 밀도가 바뀐다. 훈훈해진다. 서로의 언어가 맞춰질 때 특유의 잔잔한 탄력이 생긴다.

가장 위험한 자세는 “우리 회사가 최고다”다. 관객은 응원단이 아니라 투자자다. 메타인지가 선명해야 한다. 잘하는 포인트, 아직 안 된 이유, 그럼에도 열려 있는 업사이드—즉, SWOT을 자기 언어로 풀어낼 때 회사는 입체감이 생긴다. 입체감은 친밀감으로 번지고, 친밀감은 의사결정의 체온을 끌어올린다.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다. 심사역들이 ‘잘 모르겠다’라는 랩업 멘트가 나오면 다음 단계로 당길 손잡이가 사라진다. 그래서 리스크는 탁자 위로 올려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발생 가능성과 충격도, 완화책과 트리거를 차근히 맞춘다. 플랜B가 서 있는 회사는 경영의 등근육이 보인다. 보이지 않던 신뢰가 그때 탁 채워진다.

IR이 끝나면 긴장감이 풀린다. 회사는 쏟아냈고, 심사팀은 담았다. 안건은 회의실로 이동해 랩업을 거친다. 통과라면 예비 투심을 준비한다. ‘남’에서 ‘가족’이 될 준비, 서류가 두툼해지는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