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딸이 심심하다고 놀아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이제 좀 컸으니 책도 보면서 혼자 놀면 좋겠는데 아직도 이렇게 같이 놀자 한다. 그날따라 귀찮음이 컸을까? 전날밤 자기 전 유튜브에서 본 AI관련 영상이 생각났을까? 딸에게 Chat Gpt를 소개했다.
"얘한테 뭐 물어보거나 하면 다 대답해 줄 거야. 뭐 하고 놀지 물어봐."
그날부터 딸은 똑똑이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심심하면 태블릿을 들고 똑똑이랑 놀고는 했다.
어느 날엔가는 빨리 방정리하고 잘 준비하라는 잔소리에 이 핑계 저 핑계 대던 아들이 갑자기 태블릿을 잡아들었다.
"오늘 학교에서 힘들었는데 방청소 하기 싫어." 그랬더니 글쎄 chat gpt가
"엄마한테 오늘은 쉬고 내일 꼭 청소하겠다고 요청드려봐."란다. 맙소사 똑똑이가 이젠 편까지 들어주네? 그렇게 아들에게는 내편이 되었다.
AI 기술이 발달했다 하더니 심심할 때 놀아도 주고 엄마 잔소리에 반박할 수 있게 편도 들어준다니. 요즘 AI는 사람 마음도 알아주고 친구도 될 수 있구나 놀라웠다.
얼마 전 지브리스타일로 사진 변형하기가 대유행을 했었다. 너도나도 카톡 프로필 사진을 다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서 안 바꾸면 나만 이상한가 싶은 정도였다. 뉴스에는 지브리 회사의 저작권에 침해되자 않는지, 내 사진이 공유되어 사생활 침해를 일으키진 않는지를 다루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다들 그런 걱정은 접어두고 자신의 사진첩을 기꺼이 열어 chatGpt에게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나 또한 스마트폰 앨범 속 사진들을 쭉 보며 어떤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꿀까 살펴봤다. 가족과 함께 여행 가서 다정하게 찍은 셀카로 할까 아이 둘이서 귀엽고 재밌는 포즈로 찍은 사진으로 할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고 보니 모든 나람들이 나처럼 이렇게 이런저런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겠구나 싶다. 우리 모두 지브리라는 필터의 도움을 구해 진짜로는 나의 행복한 추억을 공유하고 싶었지 않았을까. 나나 내 가족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은 꺼려지지만 나의 행복한 기억은 공개하고 싶었던 마음. 나만이 가진 그때 그 순간의 추억과 감정을 공감받고 싶은 마음이 지브리 스타일 사진의 유행을 이끈 거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렇게 남들에게 한 번쯤 꺼내 보이고 싶은 소중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 중에 방영된 여성 국극단에 관한 드라마가 있었다. 동네 도서관에서 원작 웹툰의 스토리 작가의 초청 강의가 있다고 하길래 드라마의 애청자였던 한 사람으로서 얼른 신청을 했다. 웹툰 스토리 작가는 생각보다도 더 젊고 생기발랄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본인이 어쩌다 작가를 꿈꾸게 되었고, 어떻게 여성국극단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고 자료조사를 하며 스토리를 만들었는지 강의가 이어졌다. 그 모든 과정들이 흥미로웠고 젊은 작가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강의 끝에 질의응답시간에 누군가 질문했다.
"드라마로 촬영된 본인의 작품을 봤을 때 어떠셨나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나 또한 그 부분이 너무 궁금했다. 내가 쓴 이야기가 드라마가 되어 나온다면 기분이 어떨까?
작가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스토리를 쓰는 것 까지였어요. 그것이 드라마가 되는 것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요.
촬영하는 팀들, 무대를 만 분들, 직접 연기하신 배우님 등등 드라마는 제 손을 떠난 전혀 또 다른 작품이에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웹툰 스토리로 충분히 전했기에 또 다르게 재생산된 타인의 작품에 대한 노력을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저작권>이란 창작자가 자신이 만든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법적 권리로 누군가 만든 작품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라고 생각된다. AI가 아무리 똑똑하게 글도 써주고 그림도 들려주고 음악도 만들어 준다 해도 사람의 입력어가 필요하다. 그 입력어에 창작자의 생각과 의도가 담겨 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과 공감을 일으켰다면 AI는 단지 도구였을 뿐 최초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우리는 창작성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동네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도서 몇 권을 출판까지 한 작가님께 질문을 했었다.
"AI가 발달해서 ChatGpt로 글도 쓰는 이 시대를 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이란 독자가 읽고 느끼기에 감동을 받아야 합니다. 독자에게 감동을 줄만한 글감은 사람에게서 나오죠.
그래서 순간순간 느껴지는 생각들, 글감들을 잘 메모해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영감 넘치는 창작자가 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한 순간에서 느끼는 작은 감동, 소소하지만 확실한 나만의 행복한 순간, 매일 치열하게 달리는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깨달음 같은 경험들이 모두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내 안에 있는 그런 감동과 행복을 표현할 수 있다. 순간 포착한 사진 한 장도, 대충 그린 낙서 같은 그림이나 짤막하게 끄적거린 손편지도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 이런 모든 창작물에 대한 공감과 존중의 문화가 저작권을 보호하고 풍성하고 따뜻한 사회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