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습관을 공감으로 길러주기. 공감은 바라봄입니다.
큰아들이 "아... 나 오늘 너무 힘들어서 공부하기 싫은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마음속으로 몇 개의 문장이 떠오르는데요. "야, 그것도 힘들다고 하면 커서 어떻게 살래?!", "다른 친구들 하는 거랑 비교하면 정말 공부한다고 하기도 창피하다." 등등등.... 아이의 짜증 한 마디에 숨이 턱 막히고 몸이 조여 오는 답답함은 저만의 고통은 아니겠죠? 사실 우리도 늘 하는 말인데요. "아.. 밥하기 귀찮다..." 이렇게요. 남편에게도 늘 듣지요. "아... 애들하고 놀아주기 힘들어..." 아이들의 불만과 불평은 왜 가볍게 느껴지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짓누를까요.
그 이유는 우리가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녀가 고통스럽거나 괴로워할 때 그 아픔은 마치 나의 아픔인 것처럼 오롯이 느낍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 하고, 돌봐주고 싶어 하지요. 자녀가 어릴 때를 떠올려보세요. 열에 시달리는 아이의 이마에 해열 패치를 붙이고, 수시로 보리차를 먹여가며 내 몸보다 더 살뜰히 돌봐주시지 않았나요? 징징거리는 모습조차도 안쓰럽고 안타까워 팔이 아픈 줄도 모르고는 아니고... 아픈 줄은 알지만 자녀를 안고 버티잖아요.
공부 습관 형성의 시작은 정해진 공부량을 다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부모와 약속은 했지만 아이들은 학습계획을 이행하게 된 첫날 내가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혹은 이전에 비해 많은 양의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부정합니다. 어제까진 하지 않았던 것들을 오늘부터 갑자기 해야 하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몸은 준비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부모와 약속은 했지만 가보지 않은 길이라 계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제처럼 별 탈이 없을 거라 짐작합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냐, 친구들은 아무도 안 한다', '동생은 TV 보는데 왜 나는 공부를 해야 하냐', '하라고 하니까 더 하기 싫다. 절대 안 할 거다'라며 부모의 속을 긁습니다. 이러한 '부정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감'입니다. '그동안 안 하던 일을 처음 시작하니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 날까. 갑자기 하려니 꾀도 나고 모른 척도 하고 싶겠지. 앉아있기 자체를 안 하던 아인데 얼마나 갑갑하겠어.'라며 마음속으로 자녀의 상태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님들이 공감하기를 어려워합니다. 자녀의 마음을 공감한 순간 계획을 반드시 지키게 하겠다는 나의 의지가 약해지기 때문이지요. 종종 부모님들은 자녀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 자녀의 마음을 수용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은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가야 할 때 자녀의 마음을 무시합니다. 자녀의 마음에 공감하는 순간 자신의 의지를 꺾어야 하니 공감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나도 이런 편이다라고 생각하신다면 반드시 기억하세요. 공감의 순간 우리는 상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감은 상대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은 자녀의 의견에 대한 동의가 아닙니다. 공감은 바라봄입니다. 자녀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런 상태를 동의해주는 것. 그리고 그 순간 부모 자신의 욕구와 의도를 동시에 바라보는 것. 이것이 찐 공감입니다. 누군가는 얻고, 누군가는 잃는다면 그것은 싸움이지요. 공감엔 승패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순간 우리는 공감을 통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보통 저는 불평불만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하도록 지시합니다. 만약 이 방법으로도 자녀가 완강하게 거부를 하면 질문을 합니다.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니?', '친구들과 비슷하게 한다면 어느 정도 분량이어야 할 것 같아?' 보통 약속한 공부의 시작 시간엔 타협하지 않습니다. 분량은 조정해주기도 하지만 남은 분량은 클리닝 타임(밀린 공부를 모아서 하는 정해진 요일의 정해진 시간으로 계획 세우기 전에 미리 자녀와 약속)에 하게 된다고 명확히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다정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마음속의 짜증과 신경질이 목소리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매 순간 호흡과 이완을 통해 마음을 편하게 갖고 대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즉, 자녀의 입장과 나의 마음을 동시에 공감하고 돌보며 대화를 진행하는 거지요.
화가 나지만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아직 자녀는 훈련 중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답지를 몰래 베끼거나, 계획을 지키지 않고 다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는 혼을 냅니다. 잘못을 저지른 자신을 반성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합니다. 이때는 자녀에 대한 실망감에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지만 이러한 순간이 길어지지 않게 조절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처벌에 목적을 두어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노력합니다. 편하게 넘어간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 알려주기 위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합니다. 이렇게 결말이 나려면 자녀가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나의 실망감을 길게 표현하지 않아야 합니다. 초반에 분노를 강하게 표현하면 자녀는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변명과 회피를 시도합니다. 부모가 강하게, 혹은 길게 잘못을 추궁하면 자녀는 자신의 잘못을 잊고 부모가 준 상처만 기억합니다. 우리는 자녀의 학습 습관을 형성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자녀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나의 감정을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마세요. 자녀가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분량을 하도록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선까지 나의 화를 활용하세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아이들은 오늘은 혹시 부모가 그냥 넘어가 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공부계획에 의심을 갖습니다. 부모를 확실히 믿지 못해 슬슬 눈치를 보는 거지요. 며칠 약속을 지키다가 부모가 신경을 쓰지 않거나 관리를 하지 않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갑니다. 공부 습관을 형성하는데 보통 3개월 정도의 시간을 잡으시는 것이 적절합니다. 빠른 친구들은 3주, 오래 걸리는 친구들은 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자녀를 책상에 앉히는데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되고, 해야 할 일정을 빠트리지 않고 잘 해내는 날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매일매일 학습 완성도를 체크하던 것을 멈춰도 좋습니다. 이후에는 중간중간 자녀의 학습 이행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며 계획을 완수할 수 있도록 조력해주시면 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매일 저녁, 초등학교 중학년은 주에 2회 정도, 초등 고학년은 주에 1회 정도 학습 완성도를 체크하고 계획의 완급을 조절해주시면 됩니다. 피드백에는 늘 스스로 해나가는 자녀의 모습에 대한 감탄+이런 자녀를 둔 부모의 뿌듯함에 대한 언급+미흡한 부분을 클리닝 타임에 하도록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들어가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최선을 다했을 때 계획의 80% 정도를 완수합니다. 100%를 하도록 요구하지 마시고 80%를 해낸 자녀의 자율성과 주도력에 지지를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