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by 도브맘

소파는 한없이 너그럽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 지친 내 어깨를

자기 몸을 구겨가며 감싸주고,

쌓이고 응집된 독소가 밀리고 밀려 방귀로 삐져나와도

놀란 기색 없이 조용히 흡수해주곤 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소파와 사귀며

뒤룩뒤룩 살 오른 40대 이혼녀 딸이 안쓰러웠던 건지,

아님 소파가 살려달라 애원했던 건지,

부모님께서 해외여행을 먼저 제안하셨다.


그때 잠시 떨어져 있다 돌아와 보니

무게에서 자유로웠던 일주일 동안

소파가 생기를 조금 찾은 듯하였다.

지금은 다시금 내 체중에 짓눌려

플랫브레드 형태가 되었지만,

자기 소임을 다 한 듯 어딘지 뿌듯해 보인다.


"어디 소파 같은 남자 없나요~?“

엄마의 자비 없는 등짝스매싱을 맞으며

간간이 대책 없이 외쳐보지만.


실은 나도 안다.

마냥 배려심 넘치는 남자는 현실에 없다는 사실을.


하루는 내가.

하루는 네가.

돌아가며 서로의 소파가 되어주는 게 부부인 것을,

나는 이혼을 한 후에야 깨달았다.


쿠션감 넘치는 남자는 곁에 없어도

나는 현재의 삶이 너무 좋다.

소파에 기대어, 안겨, 부대끼며 널브러져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소파가 되어줄 만큼의 너그러움은

아직 탑재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제는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소파가 되어달라고 바라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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