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에필로그 : 어쩌면 또 다른 이야기의 프롤로그

by 쏘쿨쏘영


2021년, 혼자 지키는 아버지의 병실.


폐암 수술을 마치고 누워 계신 아버지의 병상 아래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급하게 컴퓨터로 일처리를 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거래처의 전화들과 요구사항들은 그들의 프로젝트들만큼이나 그들에게는 절박했을 것이고,

그들의 절박함만큼이나 공장의 상황도 여의치 않았던 시기였다.

중간에서 그 상황을 조율해야 하는 나는 병실 안에서 더욱 예민해져만 갔다.


잠시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고 병상 위에 잠깐 걸터앉아 한숨 돌리던 내 눈에 아버지와 환자들의 누워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한참 동안이나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열심히 살아오셨을 책임감 있는 가장들의 노쇠하고 병약해진 모습들을 보며 깊은 연민과 뭔지 모를 회의감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결국 늙어지고 병으로 고통받다가 언젠가 죽어 가겠지.'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단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더 웃고, 더 재미있게,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야 해.'


제3의 령이 병원 천장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나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지가 않았다.

나.는.전.혀.괜.찮.지.않.았.다.


밑 빠진 독을 채우려,

내내 쫓기고 있었으며

내내 전전긍긍했으며

내내 눈치를 보고 있었으며

결과적으로는, 오랜 무기력감으로 몸과 마음이 무거웠다.


스스로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 바로 그 순간,

나는 나를 변화시키기로 했다.


어떤 방향성이 되었든 내면에서의 긍정적인 변화가 절실히 필요했다.

괜찮지 않은 마음과 기운을 괜찮은 상태로 만들고 싶었다.


내가 마음과 몸의 수양을 시작하게 된,

모든 역행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