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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Dec 02. 2021

이 만화 장수비결

도라에몽과 찌빠

  로봇 하면 으레 마징가 제트나 태권브이처럼 덩치가 크고 싸움을 잘하는 전사 로봇을 떠올린다.


  이런 로봇들은 그 덩치만큼이나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같이 장난치고 걱정도 나누는 살가운 맛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러러보는 대상이 아니라 편한 친구 같은 로봇, 그런 로봇이 바로 ‘도라에몽’과 ‘로봇 찌빠’이다.


  1969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1억 부 넘게 팔렸고 캐릭터 관련 상품만 1,000여 종에 이르는 일본 아사히TV 간판 캐릭터 ‘도라에몽’.


  불량품이라는 판정을 받은 로봇이지만 선악을 구분할 줄 알며 팔팔이란 아이를 도와주는 대한한국 ‘찌빠’.


  이 두 로봇은 사람처럼 행동하며 끊임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말썽꾸러기지만 전혀 밉지 않은 녀석들이다.


  도라에몽은 고양이 로봇답지 않게 쥐를 무서워하고, 찌빠는 철이라는 특성상 물을 싫어한다.


  이 두 만화를 보노라면 독자가 만화에 바라는 것은 어쩌면 가장 단순한, 만화를 만화답게 만드는 상상력이지 않을까 한다.       

   

  [일본 도라에몽] 시대와 함께 진화     

ⓒ Fujiko Pro

  한심한 할아버지 노비타 때문에 먼 앞날 자손들이 겪어야 할 고생이 걱정되어 도라에몽이란 로봇을 보내 도와주게 한다는 내용인 후지코 F 후지오(藤子 F 不二雄, 1933-1996)가 그린 일본 국민 만화.


  국내엔 해적판이긴 했지만 동글 짜리몽땅이라는 말을 줄인 ‘동짜몽’으로 처음 나왔었다.


  키 129.3㎝ 무게 129.3㎏으로 키와 무게가 같고, 2등신 몸매에 일본사람이 가장 좋아한다는 고양이 모양을 한 로봇.


  먼 앞날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으며 로봇에 어울리지 않게 깜빡쟁이에다 덜렁댄다.


  너구리 닮았다는 말을 아주 싫어하는 도라에몽은 쥐가 갉아먹어서 귀가 없는데 그런 까닭으로 쥐를 무서워하는 고양이답지 않은 고양이 로봇이다.


  옴니버스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상상력과 탄탄한 기초과학 지식으로 그 한계를 넘어선 작품이다.


  일본에는 도라에몽을 주인공으로 한 교육 만화가 많다.


  작가 후지코 F 후지오는 도라에몽을 끝내지 못하고 도라에몽을 만든 지 28년 만인 1996년 예순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에서 한 동인작가가 가상으로 도라에몽 끝을 만들었는데 국내외 팬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도라에몽은 1969년에 쇼가쿠칸(小学館)에서 나온 학생 잡지에 연재되었는데 처음엔 연속물이 아닌 단편이었다.


  1973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그 해 4월 1일-9월 30일까지 방영된 연속물을 일본 TV판, 1979년 4월 2일-2005년 3월 18일까지 방영된 것을 TV아사히 판으로 구분한다.


  꽤 오래 앞서 만들어진 캐릭터이지만 아직 인기가 끄떡없는데 캐릭터 세계관을 망가뜨리지 않고 시대 흐름에도 뒤처지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국 찌빠] 스무 해를 사랑받다     

로봇 찌빠 ⓒ 신문수

  미국에서 첨단 로봇을 만들다 설계오류로 두뇌 회로에 이상이 생겨 따뜻한 성격을 가진 로봇이 만들어진다.


  내팽개쳐진 로봇 찌빠는 한국으로 날아와 말썽꾸러기이자 꼴찌인 팔팔이와 친구가 된다.


  하늘을 나는 로봇 덕분에 지각도 안 하고 도둑까지 잡게 된 팔팔이는 친구들 부러움에 괜히 우쭐해진다. 


  그렇지만 빵점 맞은 시험지를 공개하지 않나, 목욕하는데 옷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찌빠 때문에 팔팔이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1979년 <소년중앙> 별책부록으로 나온 《로봇 찌빠》.


  이 작품이 그 무렵 어린이들에게 인기 많았던 까닭은 그들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그렸기 때문이다.


  북극탐험을 떠나고, 아프리카 식인종을 만나기도 하고, 잘나갔던 학습만화 이야기가 여기에 다 나와 있다.

  

  짧은 이야기가 중심인 명랑만화는 극화처럼 긴 이야기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은데 작가는 변화를 계속 주면서 스무 해를 이끌어가는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 아동만화 산 역사이자 1970년대 길창덕(1930-2010), 박수동(1941-), 윤승운(1943-)과 함께 어린이 만화를 이끌었던 신문수(1939-2021)에 의해 태어난 로봇 찌빠는 그렇지만 많은 인기에도 도라에몽과 달리 상품화로 살리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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