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Nov 14. 2015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



'모힘모-모이기 힘든 모임'란 독서토론회를 매월 함께하고 있다. 6명의 멤버 중 한 명씩 돌아가며 책을 선정하고 토론한다. 비슷한 듯 다른 색깔들이 모여 이야길 나누다 보면 매번 신세계를 접한다.'이런 해석이 가능하구나.',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혼자선 절대 볼 수 없는 시각을 체험다.


모임의 첫 선정작은 오연호 기자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였다. 토론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말 그대로 열띤 토론이었다. 시간이 부족했단 핑계로 절반만 읽은 채 참가했다. 읽은 부분에서는 덴마크인들의 행복지수가 높 이유보다, 럽기만한 사회구조를 묘사했다. 유행로 '자학사관'에 빠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완독을 하고 배경을 이해하니, 그들이 만들어온 과정이 그려졌다. 조 희망이 보였다.


 토론 당시 의견은 50대 50 정도로 갈렸다. '우리도 가능하다.'와 '절대 불가능하다.'


난 전자를 택했다. 근거는 이랬다. 우리 민족의 쏠림현상.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이라 포장할 수도, 어느새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이라 비하할 수도 있겠다. 허나 '복지'에 대한 이해나 관심 역시 임계점을 넘기면 불이 붙을 거란 기대를 주장했다. 다만 선배 세대의 희생, 빠른 결과를 원한다면 우리 세대의 '대합의'와 희생이 필요할 텐데.


'나는 과연 어줍잖은 기득권이라도 포기할 수 있는가?'란 의문이 들었다.


나아가 '나는 과연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가?'에 이르렀다.


몇 해 전이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회사에 재직 중이던 후배와 대화중이었다.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가?'가 화두였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 온갖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현 위치에 올랐다. 흔한 신자유주의적 접근으로는 무릎아래 수준지만, 맨몸으로 여기까지 왔 자부한 적도 있다.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이었고, 성공하고 싶다면 박 터지게 노력하라고 꼰대 같이 일장연설을 늘어놓던, 지우고 싶은 시절이었다. 나도 그랬고, 후배도 그랬다.


 "형. 난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이룬 것을 노력하지 않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후배의 입에서 나온 본인의 얘기였지만 벌거벗겨진 기분이 들었던 건 왜였을까?


작년 '세월호'가 일으킨 '각성'과 아버지가 되면서 생긴 입장의 차이가 사고체계극단적인 변화를 불렀다.


불현듯 어두웠던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은 한껏 미화된 기억. 아름다운 부분만 남긴 신화 속을 들여다보니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공포가 보였다. 운이 좋았던 나는, 경쟁에 최적화된 DNA를 타고나, 잘 버텨왔다. 성공적으로 건너왔다.


내 아이는 어떨까. 이 녀석도 경쟁 속에 피 흘리며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을까. 부모로서 지켜만 볼 수 있을까. 같잖은 힘을 얹지 않고 페어플레 하라고 맘속으로만 응원할 수 있을까. 아이가 쓰러지면 일어나 다시 뛰라고 소리라도 지를까. 강하게 키워내면 사회가 만든 죽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뛰어넘어 판단하고, 시도 때도 없는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을까.


 없었다. 아이를 지킬 자신도.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걷게 할 만큼 표독할 자신도.


하고 싶다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면서도, 버스킹을 하면서도, 굶어 죽 않는 사회안전망 속 살게 해주고싶다. 부모로서 그런 노력을 하고 다. 외모는 닮았지만 아버지의 독한 생존력은 물려받지 못했다 해도, 욕심 없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노래하며 산다 해도, 먹고는 살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졌다.


이런 생각이 모인다면 죽기전엔 '대합의'의 발밑에라도 도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생겼다. 바람은 공부가 깊어질수록 더 강해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이제야 이 책을 접했던 충격에서 헤어 나와 명확히 선언할 수 있다.


 희생이 필요하다면 우리 세대였으면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부모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에게 자동차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