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우리가 끊지 못하는 이유

'좋아요'에 대한 성찰들, 1편

by binding


"선생님, 인스타에 들어가면 애들이 노는 사진만 올려요.

다들 뒤에서 공부만 하면서"


국제고에 다니는 과외 학생 한 명이 한 이야기이다.

그러게.. 우리는 왜 sns를 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걸까




스무 살,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 전에는, 페이스북이 유행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설렘으로 가득한 시기.

대학 선배들의 프로필과 게시물들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다.

다 같이 과잠을 입고 여러 명이 찍은 사진, 재미있는 표정을 지은 사진, 단체사진, 멋지고 예쁜 선배들.

모든 것이 다 멋져 보이고, 닮고 싶은. 모든 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게시물을 보면서 선배와, 동기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게시물에는 '000 외 3명, 000 외 10명'과 같이 같이 어울린 사람들의 이름이 태그 되어 있었다.






입학 후 벚꽃이 만발하는 계절

인스타로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출처: B9



다들 하나둘씩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나 또한 처음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스무 살,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며 게시물을 올리고, 스토리를 올리고, 사람들을 태그 했다. 거의 일기장처럼 쓰였으려나



-스물한 살, 대 2병이 왔다. 인스타보다는 내 진로 설정이 중요한 시기였다. 책을 읽고, 봉사를 가고, 일기를 쓰며 나에게 매일 질문했다.



-스물두 살, 전과를 했다. 취업이 잘되기로 유명한 학과에서 마음이 끌리는 학과로 전과했다.

전과 전 학과 사람들이랑 친구가 되어있는 게 불편해서, 선입견을 가질까 봐, 평가받는 게 싫어서 원래 쓰던 계정을 삭제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

이전 계정의 팔로워는 대부분 고등학교, 대학교 1학년때 만났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중에서 실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부 말하고 싶은 사람들은 10명 남짓도 안되는데.. 소위말해 '허무함', '현타'가 왔다.




이때쯤 한 영상을 보았다.

한 유튜브 속 사람이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던바의 법칙'에 소개하고 있었다.



던바의 법칙.



출처: 페이스북, 코치잡


던바의 법칙은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 교수가 제안한 이론이다.


던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150명.

중요한 관계는 50명,

친밀한 관계는 15명,

가장 가까운 관계는 5명'이라고 한다.


이 영상을 보고, 내 하루, 일주일, 한 달을 되돌아보았다.

그때는 학생회 일을 하고 있었을 때라, 한 달 2주에 한번 5-10명과 회의를 한다고 치고..

내 휴학, 고민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2-4명 내외.


던바의 법칙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시절에는 팔로워수가 많은 선배, 친구들이 부러워 보이기도 했었다.

특히 소위 성격 좋고, 인기 많은, '인싸'인 친구, 선배들의 팔로워 수는 항상 많았다.


이제는 팔로워 수가 허무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전과를 하고, 내가 길을 지나갈 때 실제 인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중 반도 안된다는 걸 깨닫고, 속 빈 강정처럼 느껴졌다.





-스물두 살부터 스물세 살,

고시공부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유럽여행을 가려고 모아뒀던 아르바이트비 전부를 학원 등록비에 썼다.

속상하기도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생각에 기쁘고 벅찼다.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sns를 삭제하고 집, 고시반, 학원을 반복했다.


학원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공부, 각자의 수험을 하고 있었고, 하루종일 한 마디 안 하는 하루하루가 이어졌지만 왠지 모를 연대감이 들었다.


카톡 스터디에 들어가 매일 외운 판례 인증을 하기도 하고, 열품타에 들어가 공부시간 인증을 하기도 했다. 노트북에 카메라를 달아 '캠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꾸미고 예쁜 곳에 간 사진보다는 날짜, 시간 스탬프가 찍힌 공부 인증 사진. 독서실 사진, 기상 인증 세면대 사진들이 사진첩에 쌓였고, 플랫폼에 게시되지 않았다.

누군가 알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딘가에 올리고 '좋아요'를 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루고 싶은 꿈이,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일상은 힘들지만 감사했다. 꿈을 이룰 내 모습에 설렜다.

(이때 블로그에 비공개로 100개 이상의 글을 기록했다)




-스물네 살, 학교에 복학했다.

수험은 결국 불합격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또 다른 길로 가보면 되니까. 가보고 싶은 길이 많으니까.

수업을 듣고, 강연을 들으러 가고, 스터디를 하고,

대 내외 적으로 활발히 돌아다니면서 다녔다.

(비공개, 공개가 섞인 50개 이상의 사진과 글, 기록들이 블로그에 쌓여갔다.)




-스물다섯 살, 일본과 호주에 갔다 왔다.

창업과 언론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 분야로 가보자 싶었다.


'삶을 예술로 바꾸는 법',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인정 욕구', '개인의 탄생'.. 여러 책을 읽으며


나를 3인칭으로 바라보았을 때 어떤 모습일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어떤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어, 스포츠 분야에서는 인정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피땀 흘려 연습하고, 긴 시간을 투자하며 노력합니다. 들인 노력에 비해 좀처럼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부지런히 노력하고, 죽을힘을 다해 극복해야 인정욕구를 채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고난의 길을 걸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스포츠 경기를 보고 감동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겠지요.


공부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정욕구를 채우려면 꾸준히 노력하여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제 sns를 떠올려 볼까요?

우리는 sns에 문득 떠오른 생각을 끄적이거나, 마음에 든 풍경이나 동물사진, 셀카를 올리며 받은 '좋아요'로 인정욕구를 채우려고 합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안이한 방법이지요. 바꿔 말하면 부단히 노력하지 않아도 인정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도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로 인정욕구를 채울 수 있다니요.

우리에게 기본적 욕구여야 할 인정욕구가 때로는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 건 어쩌면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겁니다. " ( p.45, 인정욕구)


"sns로 인정욕구를 채우려고 하면 오히려 기분이 불안정해지고 우울해지기 쉽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p.121)"



그러게. 나는 한 장의 사진, 한 문장의 글로 인정욕구를 채우려고 한 건 아닐까?

자격증이 전부는 아니지만, 내가 가진 자격증, 실력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숨어 있는 그 많은 강자들이 각자 자기 분야에서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들이 굳이 떠들지 않아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 우리 일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p. 51 , 나를 소모하지 않는 태도에 관하여)



"확실히 젠틀맨은, 요즘처럼 신경이 날카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쉽게 누르지 못하는 뭔가를 갖고 있다. 바로 여유와 평온함이다." (p.90)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조용히 아우라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스물다섯 살,

인스타그램이 나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계속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어플을 삭제하고 필요할 때만 url 주소를 쳐서 들어가기도 하고,

설정의 어플 시간제한을 걸어 사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들어가게 되고, 재밌는 영상이나 예쁜 사진이 있으면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기장에 내가 현재 지금, 가장 이루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았다.

외국어 목표, 경제적 목표, 커리어 목표 등.. 모두 실제적인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특히, 길고 논리적인 글을 많이 읽고 써야 하는 일을 하는데, 내가 지금 내 '직업윤리'를 잘 지키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질문했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보이고 싶은 삶인가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인가?

지금 내 우선순위는 뭐지? 최선, 그 이상을 다하고 있나?

스트레스받으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넷이 만들어낸, 기업이 만들어낸. 사람들의 심리 자극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서사의 위기'라는 책을 읽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를 창간한 이폴리트드 빌메상 은 정보의 본질을 다음의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우리 독자들은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혁명보다 파리 라틴 숙소에서 일어난 지붕 화재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뭘까,

질문하고, 기록했다. 읽어야 할 책이, 해야 할 공부가, 너무나도 많았다.

만나지 못하는 관계보다, '사진'으로만 보이는 관계보다, 지금 여기 발붙이고 있는 '나의 삶', '건강'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플을 삭제하고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