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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잠 Mar 12. 2023

아무 일도 없는. 딱 1주일만이라도

그야말로 세상에 '무슨 일'이 너무나도 많다.

당장 내일에 무슨 일이 있을지조차 가늠이 안 간다.


 그냥 인공 지능이 발달 중이구나 생각했는데, 사람의 존재 의의마저 위협하는 ChatGPT가 나오고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당장 지인의 거래 은행이 도산되어 당장 이번달 월급이 불분명해진다.


 세상에 원래 사건 사고가 이렇게 비일비재했는데 내가 몰랐던 건지, 그냥 이제는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다 알게 되는 세상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필요 이상으로 그 일들을 우리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하나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 일에 대한 후속 콘텐츠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러면 세상은 온통 그 일로 가득 찬다. 어딜 가도 그 이야기. 그 이야기들에는 꼭 또 애써 무시하기에는 너무 부러운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 많은 이야기들로 각자에 대한 소소한 일상은 의례적으로 잠깐 이어질 뿐, 곧 다시 그 일에 대해 얼마나 각자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어쩔 수가 없다. 이미 세상에 엄청난 일이 너무 많아서 나의 일상은 사건의 나열일 뿐, 그 안의 감정과 맥락은 꺼내기에도 너무 소소한 것이 되어버렸다.


 '안정'이라는 느낌을 온전히 가져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항상 무슨 일을 겪고 나면 다음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불안에 떨고, 이 정도면 됐지라는 생각은 너무나 안일한 것처럼만 보인다. 그것은 어쩌면 그 많은 일들 중 하나에도 진심으로 임해본 적 없었고, 해볼 수도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무슨 일'을 온전히 대처하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주기로 경험할 수 있는 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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