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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그늘 Jun 23. 2024

'죽음'의 아이러니

어릴 적부터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크게 우울했을 때도 그렇지만, 특별히 우울하지 않을 때도 그런다.

어떤 의미에선 순전한 호기심.

어떤 부분에선 쓸데없는 공상일 뿐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결국 '죽음'이란 게 '긴 잠'과 같다면

만약 고통 없이 그런 '긴 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죽음'이란 선택지가 어쩌면 '살아가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는 단순히 죽고 싶다의 개념은 아니다.


누군가 갑자기 총을 들고 나타나 겨눈다면 분명 살려달라 말할 것이다.

살고 싶을 테니까. 이유는 뭐랄까. 총에 맞으면 아파서? 혹은 그 자체가 주는 두려움. 

즉, 생존에 대한 욕망이 발현될 테니까.


그런데 오히려 아무 사건 사고도 없이 오로지 이성적으로 사고하여 죽음을 대한다면

그 과정엔 생존 욕망이 얼마나 개입할지 궁금해지곤 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그러니까. 결국 저울 위에 삶과 죽음을 올려놓는 걸 얘기하는 거다.


사는 건 생각보다 즐겁다가도, 또 생각보다 별 거 없다가도, 생각보다 잔인하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고충이 존재하고, 객관적으로 작은 시련도 개인에는 죽을 만큼의 괴로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개인은 왜 살아가는가에 대해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행복? 그냥?

사실 요즘엔 그냥에 더 가까운 듯 하다. 행복이란 건 가끔 찾아오는 유희 정도. 

하지만 그 찾아올 기대하며 그냥 살아가는 게 보통이자, 가장 어려운 삶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 날은 그냥 자다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이대로 '긴 잠'에 빠지고 싶단 생각도 든다. 이런 말이 조금 오만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사는 게 귀찮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삶이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반문하자면, 삶이 더 재밌고, 더 행복하다면 그건 죽음보다 나은 것일까.


다시 돌아가 고통 없이 '긴 잠'을 잘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다면, '죽음'은 어쩌면 게임 리셋 버튼의 기능을 할지도 모른다.

다음 게임이, 다음 생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개개인마다 종교에 따라 생각하기 다르겠지만,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선택은 충동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충동적이어도 후회할 '나'는 이미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더더욱 '긴 잠'이 '살아가는 것'보다 저울추가 더 기울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 순전한 호기심이자, 쓸데없는 공상이다.

살아간다는 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떤 날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게 사는 거지. 라고 생각하게 되고.

어떤 날은 다이어트를 위해 그 맛있는 음식을 참으며, 이럴 거면 안 사는 게 낫지 않나. 하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결국에 남는 것은 뭘까.

어차피 지금 선택하지 않아도, 굳이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은 죽는다.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 뒤에 뭐가 있을지 등 같은 호기심은 모두에게 제공되는 기본 서비스다.

굳이 재촉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아이러니하다.

특별히 '죽음'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지만,

갑자기 사고로 죽고 싶지 않다. 갑자기 병에 걸려 아프고 싶지 않다. 그리하여 살고 싶다. 

그것도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하지만, 또 그런 종류의 죽음이 아니라면

살아가는 것보다 '죽음'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아이러니다.


어쩌면 이 아이러니는 '죽고 싶다',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보다는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게 너무나도 귀찮아서 생긴 일일지도 모른다.

그냥 산다. 아침이 오고, 또 저녁이 온다. 오늘이 지고, 내일이 오길 반복할 것이다.

나는 그 안에 그냥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겠지.


최선을 다하고, 지치고, 실수하고, 어리석지만 살아가는 존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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